과학문화센터에 34층 규모 건설 승인 신청
지구단위계획 및 경관상세계획 수립 중
지역 과학계 "연구환경 저해될 것" 우려 확산
종중 산 내준 여흥 민씨 측도 "반대" 입장
일부 주민들 '금싸라기 땅' 개발 기대 분위기
국가 첨단과학기술의 산실인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한복판에 30층이 넘는 주상복합 개발이 추진되면서 지역 과학기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환경 저해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대전 유성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H사업시행사가 도룡동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갖춘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위해 주택건설사업승인 신청을 했다. 승인 신청서에는 지하 5층, 지상 34층 규모의 5개 동 건물에, 아파트 406가구, 오피스텔 32호, 근린생활시설, 도서관 등을 갖춘 주상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현재는 유성구와 대전시가 지구단위계획과 경관상세계획을 수립 중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상업용지로 주상복합 개발이 가능한 곳"이라며 "문제가 없다면 사업계획을 승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과학문화센터는 1993년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대덕특구 중심부인 도룡삼거리 1만4,755㎡ 부지에 지상 5층, 연면적 2만4,363㎡ 규모로 건립해 호텔 롯데에 임차했다. 이후 특구 내 30여 개 출연연들의 커뮤니티 및 문화공간으로 활용됐고 국내외 과학 학회, 회의장으로도 쓰이는 등 '대덕특구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2003년 이를 사들인 목원대는 이곳에 교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했으나 상업지구로 묶여 활용을 못 했다. 매각을 추진했지만 송사 등에 휘말려 십수 년간 방치되다 지난해에야 매각됐다.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과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성이산을 배경으로 한 대덕특구의 스카이라인이 훼손, 교통난 등으로 연구환경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3일 특구 내 6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에서도 '대덕특구 중심부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규호 전 한국화학연구원장은 "9년 전 이곳에 19층짜리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 과학계가 똘똘 뭉쳐 겨우 막았다"며 "이보다 더 높은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대덕특구 내 출연연들도 공동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지난달에는 지역 과학기술계 리더들이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주상복합 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강력 대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초 과학문화센터를 위해 문중 땅을 팔았던 여흥 민씨 측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종중 대표인 민황기 청운대 교수는 "공공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하길래 문중회의를 거쳐 종중 산의 일부를 싸게 내놨다. 이렇게 상업지역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했다면 절대 땅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대덕특구 과학계와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구진흥재단 측은 최근 유성구 측에 '특구법상 문제는 없지만, 공공문화·복지공간으로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물이 장기간 방치된 대규모 부지가 개발된다는 소식에 일부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유성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학군이 좋은 금싸라기 땅으로 방치돼 있어도 '언젠가 뭐가 들어와도 들어온다'며 주민들이 주변 땅을 팔지 않았다"며 "일부 주민들은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것도 기대해 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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