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송서 이정문 전 시장 등 책임 인정
배상액 214억... 용인시에 배상청구 의무

용인경전철. 경기 용인시 제공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사업 투자 실패로 큰 손해가 난 용인경전철(에버라인) 사업에서, 당시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자체장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주민소송(지역 주민이 지자체 위법 행위의 시정을 요구하거나 손해 회복 청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적극적 인용한 사실상의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성수제)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소송단)이 전 경기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낸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당시 사업 추진자인 이정문 전 용인시장(2002~2006년 재임), 경전철 수요예측을 한 한국교통연구원 및 그 소속 연구원 등을 상대로 약 21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시장의 후임 서정석·김학규 전 시장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주민소송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지자체장은 확정판결 후 60일 내에 대상자들에게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2009년 용인경전철 전동차 반입식 당시 사진. 연합뉴스
기흥역에서 전대 에버랜드역을 잇는 용인경전철은 2004년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민간투자사업 시행자와 정부 간에 체결하는 계약)을 맺고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정식 개통은 3년 뒤에 이뤄졌다. 용인시가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 법정 다툼을 하면서다.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 7,786억 원(이자 포함 8,500억여 원)을 물어줘야 했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계약을 변경했지만 적자는 계속됐다. 개통 첫해(2013년) 이용객은 일평균 약 9,000명에 불과했는데, 외부 용역 결과를 기초로 기대했던 13만 명에 한참 못 미쳤다.
이에 용인시민들은 2013년 10월 "경전철 사업으로 용인시가 1조32억 원 손해를 봤으니, 시가 전직 시장 등에게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민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 또는 각하 처분했다. 2020년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해당 사업은 주민소송 대상이 되며 전직 시장 등의 책임을 따져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정문 전 시장, 교통연구원 및 소속 연구원들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에 대해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려는 최소한의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수요 예측을 실시협약의 기초로 삼아 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고 질책했다. 시장으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인시는 변경협약 조항에 따라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시행자에게 4,293억 원의 재정지원금을 이미 지급했고, 2043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지원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추후 이 액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용인시의 손해액을 4,293억 원으로 확정했다. 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하는 이 전 시장과 연구원들의 책임비율을 5%로 보고 배상금 액수를 214억6,809만 원으로 산정했다. 이 중 한국교통연구원의 책임비율은 1%(42억9,361만 원)로 보고 이 부분을 이 전 시장 등과 연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을 대리한 현근택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중과실이 인정돼 의미는 있지만 상대방이 재상고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배상까진 지난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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