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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대신 저한테 보증금 주세요"... 영세상인들 8억 가로챈 상가 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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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대신 저한테 보증금 주세요"... 영세상인들 8억 가로챈 상가 관리인

입력
2024.02.12 18: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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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안 받는다" 거짓말로 피해자 물색
통장잔고 위조해 돈 빌린 후 잠적하기도

김모씨와 피해자가 나눈 대화. 임대료 면제 기간을 연장해 줄 테니 계약을 새로 체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독자 제공

김모씨와 피해자가 나눈 대화. 임대료 면제 기간을 연장해 줄 테니 계약을 새로 체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독자 제공

소유주를 대신해 상가를 관리하며 입주자 80여 명으로부터 보증금 8억 여원을 빼돌린 상가관리인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 관리인 김모(49)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상가 소유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임대 계약을 대리하면서 89명에게 보증금 8억 여원을 받은 후, 임대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8년 간 관리인으로 일하던 김씨가 범행을 본격 시작한 것은 2022년쯤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상가관리단에 소속돼 임차인들의 입점과 퇴점을 관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인 이름으로 허위 계약서를 꾸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건네받은 뒤, 임대인에게는 계약이 성사된 사실을 전하지 않는 식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중간에서 양쪽을 다 속인 것이다.

김씨가 관리하던 상가는 소규모 의류업체들이 입접한 건물인데, 경찰은 임대인들이 건물 공실 여부를 자주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김씨가 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김씨는 보증금을 낼 임차인들을 모집하려고 "상가 활성화를 위해 월세를 받지 않는다"고 속이거나, 이미 계약을 맺은 세입자에게는 "더 싼 가게가 있다"며 새로 계약서를 작성해 가게를 옮기라고 제안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들은 500만~1,000만 원가량의 보증금을 김씨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임대인의 도장이 찍힌 확인증까지 받았기에 의심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몰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가게 보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탓이다. 피해자 이모(54)씨는 "관리실에 도장을 맡기고 계약을 일임한 임대인, 소속 직원이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상가관리단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임차인들이 모든 피해를 감당하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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