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요원 자리 없어서 3년 대기했지만
당국은 "병역 미필이라 국적 인정 못해"
장기간 사회복무요원 소집을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지 않아 결국 전시근로역(병역판정검사 5급으로 전시에만 군사지원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으로 편입된 이중국적자는 군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아 한국 국적 취득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국적 선택 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30대 A씨는 2017년 병역판정검사(신검)에서 신체등급 4급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 시기 사회복무요원 판정 인원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자 군 당국은 A씨 소집을 3년가량 미뤘고, 2021년 결국 A씨를 소집하지 못한 채 전시근로역에 편입했다.
이에 A씨는 이듬해 "사실상 군 복무를 마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출입국청에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서를 내고 한국 국적 선택을 신고했다.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국적법상, 만 20세가 되지 전에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은 22세 이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한국·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중국적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엔 복수국적을 유지한 채로 한국인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입국 당국은 A씨가 병역을 제대로 마치지 않았다고 판단,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집되지 않은 3년간 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현역에 입대하거나 타 지역 기관을 적극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침상 전시근로역 편입처분이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게 되는 경우'에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그러나 A씨 손을 들어줬다. △군 복무를 하지 못한 건 A씨 책임이 아닌데다 △병역 회피 우려가 없었으며 △언제 소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학업이나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은 점을 참작한 것이다. 재판부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복수국적을 용인하는 것은 병역의무 이행을 권장하기 위한 취지로서, A씨를 대상에 포함해도 입법취지에 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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