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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체중이 왜 줄지?...의외의 원인

입력
2024.02.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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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은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은별 교수.


평소 건강한 편이던 67세 남성 전 모씨는 평소처럼 먹고 운동하는 데 한 달 동안 체중이 72kg에서 무려 65kg로 급감했다. 걱정이 돼 동네 의원을 찾은 전 씨는 피검사에서 아무 이상 없었지만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받았다. 체중이 갑자기 빠지는 건 암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씨는 1년 전 받았던 종합검진에서도 위염 외 큰 문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CT 검사를 앞두고 걱정이 몰려와 잠이 오지 않았다.

의미 있는 체중 감소란?

요즘은 청소년에서 고령층까지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지만, 반대로 식사를 잘해도 체중이 늘지 않거나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심각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신체적 질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로 체중이 감소할 수 있고,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체중이 줄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소’는 평소와 비교해 6~12개월 동안 5%이상 체중이 감소한 경우를 말합니다. 체중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다이어트를 했거나 치료 목적으로 이뇨제 같은 약물 등을 사용해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제외됩니다.

체중감소는 다양한 질병 때문에 생기는 증상일 수도 있지만, 생활의 변화로 생길 수도 있으므로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체중 감소의 원인은?

체중 감소는 섭취한 에너지와 소비하는 에너지 사이에 균형이 깨져서 발생합니다.

섭취한 에너지보다 소비한 에너지가 더 많은 경우, 즉 음식 섭취가 감소하거나 신체 활동량이 증가 또는 기초대사량이 증가해 열량 소비가 과하게 늘어나거나, 대소변으로 열량이 손실되면 체중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지속되는 체중 감소 원인은 아래 표와 같이 다양하며 생리적 원인, 정신·심리적 원인, 의학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악성 종양이 가장 많은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소화기 궤양, 염증성 장질환 같은 비악성 소화기 질환, 갑상선 기능항진증, 당뇨병, 부신기능부전 같은 내분비계 질환, 결핵이나 바이러스 간염 같은 감염 질환도 흔한 원인입니다.

또 우울증, 치매, 식이장애 같은 정신 질환도 체중 감소 원인의 9~24%를 차지한다고 보고돼 이 부분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다양한 검사를 하더라도 약 4분의 1은 체중 감소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기도 합니다. 특히 노인에서는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정신·심리적 원인에 의한 체중 감소도 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증상 및 진단방법

체중 감소는 여려 연구에서 사망률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체중이 10%이상 감소하면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되기 쉽고, 근육과 체지방이 소모돼 욕창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에도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노인이 체중이 줄면 골절의 위험도 2배 증가하고 5%이상 체중 감소가 있을 때 다시 체중이 늘지 않는다면 1~2.5년 내 사망률이 9~38%까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체중 감소를 평가하기 위한 검사로는 빈혈검사를 포함한 일반 혈액 검사, 혈당, 신장 및 간기능 검사, 전해질검사, 갑상선 호르몬 및 염증이나 감염 혈액 검사, 소변검사, 흉부촬영검사 등이 있습니다.

암 선별 검사로는 위·대장 내시경, 복부 초음파, 유방암검사, 자궁경부암검사, 골반 초음파 검사, 암표지자 혈액 검사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체중 감소의 원인이 되는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지 진찰이 필요하고, 식사나 간식으로 섭취하는 음식의 정확한 종류나 양, 영양보충제를 포함한 영양 평가가 필요합니다.

식욕부진, 구역·구토를 유발하거나 삼킴 곤란을 일으키는 등 음식 섭취에 영향을 주는 약물에 의해서도 체중 감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중인 약물 중에서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약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치과 치료를 받거나 개인이나 가족생활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우울증, 치매를 의심하게 하는 증상이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조사도 필요합니다.

치료 방법

체중감소의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보다 3~6개월 정도 영양을 잘 섭취하며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지 담당의사와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병에 의한 체중 감소는 첫 진찰 후 6개월 이내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기질적 요인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노인에게서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에 대한 기질적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기존에 앓고 있는 질병, 약물, 음식 섭취와 관련된 노화나 생리적 요인, 정신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미 있는 체중감소로 진료한 분들 중 종합적인 검사에서 이상 소견 없이 간식 섭취를 줄인 후,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꾼 후, 당뇨약을 바꾼 후, 임플란트 치료 후, 퇴직 후 집에서만 생활하게 된 후 등이 원인으로 밝혀진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체중 감소 원인을 찾을 때 실제 평소 몸무게가 기준이 되므로 자신의 평소 정확한 체중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체중감소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체중감소를 알았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질환에 따라서는 식욕촉진제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으므로 체중이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인 진료를 받을 것을 권유합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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