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수익성 모두 뒷걸음
공사비 등 원가율 상승 탓
증권가 "올해 더 안 좋다"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2월부터는 추천 종목이 없습니다."
최근 한 대형 증권사는 건설업 투자 리포트에서 이렇게 밝혔다. 알짜 기업을 선별해 고객에게 추천하는 게 주 업무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살 만한 주식이 없다고 대놓고 외치는 일은 흔치 않다.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건설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면서 잇따라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건설업 사정이 안 좋다는 방증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상장 건설사는 매출이 크게 뛰었지만 가장 중요한 수익성은 대부분 뒷걸음질쳤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50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18.2%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6%에서 5.4%로 0.6%포인트 빠졌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9조6,510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영업이익은 7,854억 원에 그쳤다. 매출이 이보다 훨씬 낮았던 2019년(17조3,000억 원) 당시 영업이익(8,600억 원)보다 적다. 2019년 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6%로 거의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매출이 1년 전보다 11.8%나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6,62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2.8% 급감했다. 시평 6위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6.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3,31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3.4% 줄었다. 주택 사업 부문의 높은 원가율 상승 탓에 2021년 12.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1%로 뚝 떨어진 결과다. GS건설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비용 발생 등의 여파로 3,8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 건설사 중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도급 순위 10위권 대형사는 지난해 수익성이 모두 후퇴했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증권가는 올해 건설업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부동산 PF 정리 로드맵도 업계엔 상당한 시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길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PF 대출보증을 선 건설사는 손실이 현실화해 유동성 압박을 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PF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건설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조조정을 마친 사업장부터 분양 사업이 재개되면 자금이 돌아 건설사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지난해 분양 달성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올해 역시 사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형사야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중견 건설사는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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