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세상 떠난 남편 회상 "순수한 사랑…백만송이 장미 피웠죠" [인터뷰]

나문희, '소풍'에서 열연
세상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 고백

나문희가 '소풍'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풍'의 키워드 중 하나는 '죽음'이다. 지난해 남편상을 당했던 배우 나문희는 그 무게를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러나 남편이 남긴 것은 슬픔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나문희는 남편과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알리며 추억을 꺼냈다.

나문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소풍'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세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김영옥과의 우정

나문희에게 '소풍'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매니저의 부인이 '소풍'을 썼다고 밝혔다. '네가 나를 20년 넘게 도와줬는데 나도 큰 도움을 줘야지'라는 생각에 '소풍'의 출연을 결심했단다. 연출을 맡은 김용균 감독 또한 나문희에게 큰 힘을 안겼다. "내가 감독님의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잘 만들었더라. 이런 감성과 심미안을 갖고 있다면 더 잘해봐야겠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기에 올인했다"는 게 나문희의 설명이다. 그는 집의 수도가 고장 났을 때도 '영화 개봉하면 고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오롯이 영화에 집중하길 원했던 나문희의 마음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실제로 친분을 갖고 있는 김영옥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시선을 모은다. 나문희는 "자주 만나진 않지만 김영옥씨와는 눈만 봐도 (감정이) 느껴진다. 전화는 자주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 '내가 사는 이유' 등 김영옥과 함께 출연했던 작품을 언급한 나문희는 "같이 했던 게 좋아서 이번에도 함께 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김영옥이 출연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당시를 회상하던 나문희는 "내가 잘 기다렸다. '영옥 언니가 안 하면 나도 안 할 거야' 했더니 결국 출연하더라. 그래도 그만큼은 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윤여정 향한 팬심

나문희가 윤여정을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문희는 김영옥과 자신이 모두 '상당히 배고픈 시절'에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16세의 추억을 마주하는데 나문희는 "16세에 난 배가 너무 고팠다"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힘들었던 시절에도 붙잡고 있었던 연기인 만큼 이 일을 향한 그의 열정은 남다를 터다. 나문희는 "난 항상 사실적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기자는 용기가 적당히는 있어야 한다. 웬만하면 내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도그데이즈'는 '소풍'과 함께 설 연휴 극장가를 찾는 작품이다. '도그데이즈'에는 윤여정이 출연한다. 나문희는 자신이 윤여정의 팬이라고 밝혔다. 예능 '윤식당', 영화 '미나리' 등 윤여정이 출연한 작품들을 열심히 봤단다. 나문희는 "윤여정씨는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우리보다 (나이가) 조금 아래인데 그분 같은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해야 우리가 그만큼 기운이 있다"면서 윤여정을 응원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세상 떠난 남편

나문희는 지난해 12월 남편이 세상을 떠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영화 찍을 때 '여보, 사랑해' 하고 잠들었다. 그런데 영화 갔다 와서 보니까 상황이 너무 나빠졌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감님이 나한테 사랑할 시간을 줬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우리 영감님과 보낼 시간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를 떠올리던 나문희는 '백만송이 장미'의 가사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를 언급했다. "백만송이 장미가 미워하는 마음 없이 순수하게 사랑을 할 때 피어나는 듯하다. 나는 그런 꽃을 피워봤던 것 같다"는 나문희의 목소리에서는 애정이 느껴졌다.

나문희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비관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팡이 짚고 일어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못 짚고 일어난다면 방에서 햇빛 찾아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집에 식구들이 없어서 날개 달고 연기하다 그 자리에서 죽어도 되는 팔자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나문희는 '소풍' 이후에도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할 예정이다. 그가 앞으로 배우로서 피워낼 장미들에도 기대가 모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