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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좋은 대학이 좀 더 필요하다

입력
2024.02.1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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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로스쿨에서 3년 동안 학생들에게 공익소송 실무에 대한 강의를 했다. 서울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의 논의와 연구, 학문적 시도를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었고, 학생들과 의미 있는 공익소송을 기획해서 진행하고 공익입법을 마련하여, 승소와 입법 발의 등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래의 법조인이 될 로스쿨 학생들이 공익적인 일에 직접 참여하며 실무를 익히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 다른 로스쿨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하기 어려울까에 대하여 이야기하다가 동료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서울대학교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다른 대학교는 어려워요." 다른 대학은 서울대학교만큼의 인적 자원과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그 교수님의 말씀은 맞다. 서울대학교는 한국의 다른 대부분의 대학에 비하여 학생 1인당 투여되는 재정의 규모가 훨씬 크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대학교 학생 1인에 투여되는 교육비는 약 5,800만 원이다. 3,900만 원인 연세대, 3,200만 원인 고려대보다 훨씬 많고, 2,300만 원인 경북대, 부산대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서울대학교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예산은 도쿄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다른 나라 주요 국공립 대학에 비하여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OECD 교육지표 2023'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2,225달러로 초등학생 1인에 대한 투자보다 낮은 유일한 OECD 국가이다.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정도다. 일본의 62%, 캐나다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한 재정적 지원 없이 대학에서 좋은 인적 자원을 유치하고 의미 있는 교육과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부족한 재원을 소수의 좋은 대학이 독점하고 교육의 질을 간신히 유지하는 상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없을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심한 교육열, 지방대학이 마주한 위기의 원인도 찾을 수 있다. 부족한 자원을 그나마 차지하고 있는 소수 명문대를 향해 모든 학생이 경쟁을 하고 있으니 초중등 교육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 투자되는 공교육비는 OECD 대부분의 국가보다 높은 수준인데, 별도로 가계에서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26조 원 규모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하고 들어가는 대학 교육 수준은 초, 중, 고등학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학생들이 '인서울' 명문대에 몰리니 지방대학은 점점 몰락해 가고, 학생 수가 줄어드니 지방대학에 대한 투자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수 명문대를 향한 대학 입시 경쟁에 과도한 자원과 에너지를 쏟고, 막상 인재들이 성장하고 활약해야 할 대학 교육은 점점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에 관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책을 읽고 공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하여 국립대들에 서울대 수준으로 투자하고, 명문대 입시를 둘러싼 교육지옥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가 경제 규모에는 걸맞아야 하지 않을까?


김남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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