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형 선고 땐 손뼉, "검사 시원하지" 조롱
2심 "전과 많고 태도 불량은 사형 사유 안돼"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박수를 쳤던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부장 서삼희)는 7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말다툼 중 홧김에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 후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지 않은 점 등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2명 살인, 4명 살인미수
A씨는 지난해 2월 27일 오후 5시 20분쯤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거지에서 동거 여성인 4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금전 문제와 B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발단이 됐다. 사건 당일 A씨는 카페를 운영 중이던 B씨에게 “남자(손님)가 당신 계속 쳐다보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말다툼 끝에 흉기를 휘둘렀다. 동종 전과로 12년의 복역을 마치고 나온 지 1년 1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늙은 새끼’라는 말에 격분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그는 1970년 16세에 특수절도 혐의로 처음 교도소에 발을 들인 뒤 2022년 1월까지 15회에 걸쳐 29년 8개월간 징역을 살았다. 2009년 ‘알코올 중독자’라는 말을 듣자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수건으로 지인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추가로 4명을 더 죽이려다 미수에 그쳤다. 수감 중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교도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1심 "사회에서 영구 격리 필요"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담당 검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재판부를 조롱하는 모습으로 적잖은 충격을 줬다.
재판부를 향해 “검사 체면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 번 딱 내려 주고”라며 법정 모독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재판장님도 지금 부장판사님 정도 되시면 커리어가 있는데, 사형 집행도 아직 한 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라고 비아냥댔다. 1심 재판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과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가석방의 가능성조차 없도록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누구보다 크다”고 사형을 선고하자 검사를 향해 “하하하, 검사 놈아 시원하제?”라며 웃음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2심 "사형할 만한 특별한 사정 없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사형 선고는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기존에 사형이 선고된 사건 중 전과가 많고 법정 태도가 불량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형이 확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감형을 결정했다. 다만 “살인 및 살인미수 전과가 다수 있고, 지금까지 29년 8개월 동안 수형 생활을 했던 점에 비춰 재범 위험성은 높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에도 A씨는 “나는 사형을 줘도 괜찮다.지금이라도 검사를 팰 수 있다”고 또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이 “사형은 받고 싶다고 받는 게 아니다”며 수 차례 제지하기도 했다.
최종판단은 대법원으로
최종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349조에 따르면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상소(항소·상고)를 포기할 수 없다. 피고인의 항소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1심에서 무기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사건은 자동으로 대법원까지 심리가 이어진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사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앞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40)과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45)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2018년과 2020년 각각 형이 확정됐다. 가장 최근 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2016년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도빈 병장이다. 현재 전국에 수감된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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