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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봄·가을 대신 제주 사람들이 '한겨울'에 이사 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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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봄·가을 대신 제주 사람들이 '한겨울'에 이사 가는 이유는

입력
2024.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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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이사 풍습 ‘신구간’ 영향
부동산?이사업체 등 특수
쓰레기 수거 등 행정도 비상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삿짐을 가득 실은 트럭.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겨울이 되면 제주 곳곳에서 이사행렬이 이어진다. 따뜻한 봄이나 가을을 놔두고 굳이 겨울 추위 속에서 이삿짐을 싸는 이유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제주 특유의 이사 풍습인 ‘신구간(新舊間)’ 때문이다.

24절기 중 대한(大寒) 후 5일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1주일 동안을 ‘신구간’이라 한다. 올해는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신구간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내려온 신들의 임기가 다 끝나 구관(舊官)과 신관(新官)이 교대하는 시기다. 이 기간에는 구관은 하늘로 올라갔고 신관은 아직 지상에 내려오지 않아 신들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집을 옮기거나 집수리를 해도 ‘동티(예부터 금기시되어온 행위를 해 신이나 귀신을 노하게 했을 때 받는 재앙의 하나)’가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제주에는 전해진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이나 이주민들이 증가하면서 신구간 아닌 기간에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신구간 특수’는 여전하다. 신구간이 다가오면 도내 공인중개업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이 시기에 새집을 비롯해 월세, 전세 등의 거래물건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체들도 신구간에 맞춰 입주할 수 있도록 주택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칫 이 기간을 놓치면 제주에서는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제주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주지역인 경우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신구간을 앞둔 약 3개월간이 주택매매나 임대계약이 가장 많은 시기”라며 “자칫 이주민들이 신구간 풍습을 몰라 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구간 내에 이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삿짐센터도 서둘러 알아봐야 한다. 신구간을 바로 앞둔 시기에는 예약 자체가 어렵거나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한 이삿짐센터 관계자는 “신구간 풍습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삿짐업체들은 여전히 신구간이 연중 가장 큰 대목”이라며 “이 시기에는 웃돈을 주고 인부를 구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올라 이사비용이 다른 시기에 비해 약 20만 원 정도 더 비싸진다"고 귀띔했다. 이삿짐업체 외에도 집 청소업체, 도배, 인테리어업체 등 이사나 집수리 관련 업체 예약은 신구간에 앞서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다. 제주지역 가전제품판매점과 가구업체 등도 겨울철이 되면 ‘신구간 특별세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한다.

신구간 대형폐기물 수거반. 제주시 제공

신구간 대형폐기물 수거반. 제주시 제공

신구간 기간에는 행정당국도 비상이 걸린다. 이사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구 등 대형폐기물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신구간 기간 중 제주시 지역 1일 평균 대형폐기물 배출 건수는 1,244건으로 신구간 이전 1월 달 평균 1일 배출 건수 1,153건보다 90여 건이 더 많다. 제주시 관계자는 “1년 중 신구간과 신학기를 앞둔 1‧2월에 대형폐기물 배출이 가장 많은 편”이라며 “이 시기에는 대형폐기물 등 생활쓰레기 수거 인력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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