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산정 기준 공개하라"...짠물 성과급에 폭발한 대기업 직원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산정 기준 공개하라"...짠물 성과급에 폭발한 대기업 직원들

입력
2024.02.15 12:00
0 0

일부 사업부 0%...성과급 발표 후 노조 폭풍 가입
직원 "성과급 사실상 임금" VS 회사 "실적 따른 보너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연초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업종에서 성과급을 둘러싸고 회사와 직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업황이 좋지 않아 성과급을 예년처럼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직원들은 임금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현실을 감안하면 회사가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아무도 모르는 초과이익배분금(PS‧현 OPI)의 산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겠다'며 설립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최근 두 달 사이 조합원이 두 배로 늘어 13일 오후 6시 기준 1만7,425명에 달했다. 계기는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발표되면서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초 한 차례 주는 것으로 목표달성장려금(TAI)과 함께 이 회사의 대표 성과급 제도다.

OPI 지급 예상률 발표를 일주일 앞둔 12월 넷째 주, 191명이 가입했다. 반도체(DS) 분야 OPI 지급률이 0%로 알려진 12월 마지막 주 1,251명이 이름을 올려 1만 명을 넘었다. 이후 매주 수백 명씩 늘던 조합원은 SK하이닉스가 400만 원 상당(현금 200만 원+자사주 15주)의 '격려금'을 지급한 1월 넷째 주 892명 증가했다. OPI 지급률이 확정‧발표되고 경계현 DS부문 사장이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겠다"며 온라인 채널 '위톡'에 출연한 2월 첫 주 2,957명이 조합원 신청서를 냈다.

경 사장은 '현장에서 조용한 파업이 시작됐다'며 회사 분위기를 전한 직원에게 "그래도 일할 사람은 일한다"며 "총보상우위(업계 최고 성과급)는 우리 회사가 점유율을 앞설 때(업계 1위를 할 때) 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원진의) 경영 계획 준비는 잘 돼 있어 앞으로 현장에서 실행력이 중요하다", "투자는 계속할 것이니 기술력을 높여라" 등 책임을 현장 직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임원 평균 성과급 2억5,000만원...박탈감 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신규 조합원 추이. 삼성전자노조 홈페이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신규 조합원 추이. 삼성전자노조 홈페이지


기업은 성과급은 초과이익을 냈을 때 직원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하지만 노조는 성과급이 임금 제도에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성과급이 연봉의 최대 50%를 차지해 사실상 임금 변동성이 30%에 달하는데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3년 실적을 합쳐 보상 체계가 마련된 삼성 임원들은 평균 2억5,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을 가져갔다는 사실도 불만을 키웠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이슈를 계기로 조합원 수가 급증한 건 맞지만 불투명, 불공정한 임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앞두고 '성과급 지급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삼성전기도 1월 말 성과급이 연봉의 1%로 책정되자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직전 연도 성과급이 연봉의 18% 수준이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828억 원에서 6,394억 원으로 절반 줄었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서는 "영업이익은 50% 줄었는데 성과급은 왜 95%가 준 거냐"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삼성전기 존중노동조합 역시 성과급 책정 기준을 바꾸도록 사측과 교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시절 '비대면 산업'의 열기를 타고 후한 성과급과 복지 등을 자랑했던 게임업계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지난해 여러 게임사 경영진들은 투자설명회마다 인건비 축소와 경영 효율화를 언급하며 허리띠를 조였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개별 프로젝트 팀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흥행에 성공하면 해당 팀에 큰 인센티브를 지급하곤 했다"면서도 "최근 성공 사례가 적어 보기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 후퇴와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판교에선 노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긴축에 맞서는 논리로 '공정한 성과 배분'을 내세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구글코리아·NHN에서 차례로 노조가 출범했다. 넥슨·스마일게이트·웹젠 노조 등이 포함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지회는 연대를 선포하고 2024년 임금협상 국면에서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윤주 기자
인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