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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때부터 스마트폰 접한 알파세대... '도파민 디톡스' 스스로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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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때부터 스마트폰 접한 알파세대... '도파민 디톡스' 스스로 고민한다

입력
2024.0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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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중독 위험군' 많지만...'자기조절'도 화두
"시험기간 틱톡 지워" "숙제할 땐 거실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네이티브'.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α)세대를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다. 유아기부터 각종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며 자랐고, 종이 매체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더 익숙해 '디지털 원어민'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중학생이 된 알파세대는 학교에서 태블릿PC를 지급받고 내후년부터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스마트폰과 각종 '숏폼'(짧은 동영상) 중독은 알파세대가 맞닥뜨린 문제기도 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성인(22.8%)의 2배 수준이었다.

그럼 알파세대는 아무런 자기조절 노력 없이 수동적으로 스마트폰에 중독돼 있고, 통제는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만 맡겨진 걸까. 알파세대 중학생을 인터뷰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알파세대도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갖은 방법을 쓰고 있었다.

내 온라인 사용 점수는요... 알파세대도 '불만족'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학생의 온라인 생활 연구: 학습자 특성 분석' 연구에서 중학교 1학년생 28명을 3회씩 면담해 온라인 생활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조사했다.

알파세대의 '디지털 네이티브'로서의 면모는 여러 대목에서 나타났다. 태블릿 등을 활용한 전자 필기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게 대표적이다. 한 중학생은 "종이에 쓰는 건 하나하나 다 쓰고 지워야 되는데, 태블릿은 바로 다 같이 지울 수 있다"며 "수학문제는 태블릿에다 푸는 게 편하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태블릿은 지우개로 지워도 자국이 안 남아서 편하다. 종이에 쓰는 게 필기감은 더 좋지만, 문제 푸는 데 영향은 거의 없다"고 했다.

공부도 놀이도 온라인을 통해 하는 데 익숙하지만, 알파세대가 스스로 평가한 본인의 온라인 생활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자신의 온라인 생활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라는 질문에 후한 점수를 주는 학생은 별로 없었다. "70점. 유튜브 숏츠 같은 걸 볼 때 시간이 훅훅 가서 끊을 수가 없다", "65점. 유튜브를 그만 봐야 된다", "50점. 모르는 걸 찾는 건 잘하는데, 그렇게 찾다가 흐름이 아예 다른 쪽으로 넘어가 휴대폰 사용시간이 많아진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처럼 '자기조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어떻게 중독 벗어날까... '갓생' 모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알파세대가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건 공부할 때였다. 연구진은 알파세대가 실천하는 '자기조절' 전략은 ①스마트폰을 자신과 분리된 공간에 놓는 '물리적 거리두기' ②자기조절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이었다. 본인의 의지로 안 될 때 선택하는 방법은 ③가족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

연구 보고서에 담긴 알파세대의 '자기조절'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다.

"틱톡은 시험기간에는 안 보려고 홈 화면에서 삭제했다."
"숙제할 땐 거실에 휴대폰을 두거나 아예 부모님에게 맡긴다."

"'갓생'(신을 뜻하는 '갓'과 인생의 합성어. 현실에 충실한 인생을 뜻함) 산다고 앱도 몇 개 지우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고 생각했는데 실천은 잘 못 한다. 인간이 너무 일차원적 쾌락에 중독됐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해봤다."

"앱 시간 제한을 설정해 두고 쓰다 보면 사용 시간이 5분 남았다고 알림이 뜬다. 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에게 조금만 풀어달라고 부탁한다."

"(시간 제한이) 불편하긴 한데 그래도 그걸 안 하면 하루종일 쓸 것 같다."

연구진이 인터뷰한 한 중학생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연구진이 인터뷰한 한 중학생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중독 예방 교육의 효과... 해외선 '숏폼 SNS' 규제 논의

연구진은 알파세대가 유아, 초등학생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건강한 온라인 생활'을 추구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면담 참여자 중 한 명은 '건강한 온라인 생활 노력의 필요성을 유치원 때 배운 일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어서'라고 대답한 바 있다"며 "다수의 중학생이 길거리에서 더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과의존 예방교육의 영향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해외에선 중독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숏폼 콘텐츠에 대한 규제 논의도 일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플랫폼의 중독성 완화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채택했다. 자동 재생처럼 사용자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도하는 SNS의 '중독적 디자인'을 규제해야 한다는 결의안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40개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대해 "심리를 조작하는 알고리즘 설계로 이용자들이 반복적, 강박적으로 SNS를 이용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엔 미국 전역의 교육청 200여 곳이 메타, 틱톡, 유튜브 등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숏폼 콘텐츠를 시청했다는 이들의 69%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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