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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작품상 후보 셀린 송 "'인연'이란 말을 알려서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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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작품상 후보 셀린 송 "'인연'이란 말을 알려서 기분 좋았다"

입력
2024.02.06 16:25
수정
2024.02.06 16:30
22면
0 0

데뷔작으로 각본상 등 2개 부문 후보
극작 전공…“영화로 표현해야 할 내용”
송능한 감독 딸…“가족 자랑스러워해”

셀린 송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한국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제가 한국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셀린 송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한국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제가 한국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한국어를 직업적으로 잘하진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12세 때까지 살았던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된다니 더 특별한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6일 화상으로 만난 재캐나다동포 셀린 송 감독은 들뜬 표정에 미소를 더하며 활기차게 질의에 응했다. 그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로 다음 달 10일 열릴 제96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올라 있다.

송 감독은 캐나다 퀸스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컬럼비아대학에서 극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10년 정도 연극을 하며 극본을 써 오다”가 영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었다. 영화를 공부하지도 않고, 영화계 경험이 없는데도 메가폰을 들었다. 그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수십 년에 걸쳐 펼쳐지는 ‘패스트 라이브’의 이야기는 연극보다는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라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남다른 관계였던 남녀가 여성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간 후 뉴욕에서 20년가량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과거 인생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남녀의 연정을 통해 인연의 의미를 되짚는 영화다. 송 감독은 “제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며 “살다 보면 우린 특별한 인연이든 스치는 인연이든 특별하나 그냥 지나치게 되는 인연이든 여러 관계를 맺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연이라는 단어와 개념에 낯설어했던 주변 사람들(스태프 등)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 단어를 알게 되고, 인연에 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할 때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20년 만에 만난 남녀를 통해 인연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CJ ENM 제공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20년 만에 만난 남녀를 통해 인연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CJ ENM 제공

한국계 감독의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재미동포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에 이어 세 번째다. 송 감독은 “세 영화는 한국적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각기 다른 개별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전 세계 관객에 갈채를 받는 이유에 대해 “이민이란 공감 요소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누구나 이사를 하면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살게 되잖아요. 그런 보편적인 면에 마음이 끌리는 듯합니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성공이 ‘기생충’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국어가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 자막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기생충’이 이를 해소해 줬다”며 “‘기생충’이 (‘패스트 라이브즈’의)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 3’(1997)와 ‘세기말’(1999)을 연출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오스카 2개 부문에 선정되자 “가족이 너무 신나하고 기뻐했다”고 송 감독은 전했다. 그는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사연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솔직히 반응이 단순했다”며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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