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천쓰홍, 중국 여성 츠쯔젠·찬쉐
중국 문학 기존 서사와 다른 작품들
‘귀신들의 땅’ 3쇄로 이례적 인기도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다녀온 남자.
△못하는 일이 없고 강하기에 그 어떤 남자의 아내도 되지 못한 여자.
△북클럽을 고리로 폴리아모리(다자연애) 등 여러 형태의 사랑을 하는 청춘들.
최근 나온 대만 소설가 천쓰홍(48)의 ‘귀신들의 땅’과 중국 소설가 츠쯔젠(60)의 ‘가장 짧은 낮’, 찬쉐(71)의 ‘격정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최근 한국 서점가에 잇따라 나온 이 소설들은 중화권 문학 하면 으레 떠오르는 선 굵은 리얼리즘 소설이나 계몽 소설과 거리가 있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주제와 형식으로 한국 독자의 시선을 모은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거장의 작품들
천쓰홍은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소설을 쓰는 성소수자로, 아홉 명의 남매들 중 막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그의 소설엔 그를 닮은 ‘천톈홍’이 등장한다. 대만의 외딴 시골에 사는 성소수자 톈홍과 “낳기로 했던 아이들이 아니었던” 그의 누나들은 가부장 사회의 폭력에 노출된다. 톈홍 가족의 수난사는 대만과 중국이라는 국가의 수난사로 확장되기도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 츠쯔젠의 ‘가장 짧은 낮’은 그가 펴낸 100여 편의 단편소설 중 16편을 추린 책이다. 여성이나 소수민족 등 기성 서사의 바깥에 있던 소수자의 시선으로 일상 속 사건을 감각적으로 포착하는 그의 문학의 정수다.
‘가장 짧은 낮’을 펴낸 출판사 글항아리는 지난해부터 거장의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바이셴융의 ‘서자’와 찬쉐의 ‘신세기 사랑 이야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이셴융은 대만 퀴어문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인과관계는커녕 시공간의 흐름마저 모호해 중국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찬쉐의 기존 소설에 비해 ‘격정세계’는 문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평론하는 사람, 또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글을 사랑하는 이들은 ‘비둘기 북클럽’에서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어 나간다. 언뜻 청춘소설 같지만 작가의 문학관을 담았다. 출판사 은행나무 측은 “한국에 앞서 나온 찬쉐의 소설보다 독자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호응 없던 중화권 문학, 반전 이룰까
그간 중화권의 문학, 특히 현대문학을 한국에 소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별다른 호응을 얻진 못했다. 위화나 모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대표작이나 장르물 중심으로만 소비됐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 한 달 만에 3쇄를 찍은 ‘귀신들의 땅’은 주목할 만하다. 김택규 중국 전문 번역가는 “대만과 중국을 통틀어서 최근 몇 년 새 가장 많이 팔린 중화권 작품일 것”이라면서 “한중관계가 경색되며 중국 문학의 대안으로 떠오른 대만 문학의 첫 번째 홈런”이라고 전했다.
찬쉐의 경우 노벨문학상이나 부커상 등 국제적인 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라 선점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 김 번역가의 설명이다. ‘유력 후보’라는 마케팅만으로도 문학상 특수를 누리는 만큼 ‘격정세계’의 띠지에는 “중국에 노벨상 수상의 유일한 가능성이 있다면 그는 바로 찬쉐다”라는 미국 작가 수전 손태그의 추천사가 붙어있다.
물론 여전히 장벽은 존재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중원절'이나 섣달 스무이레의 ‘물뿌리는 날’ 등 중화권 국가의 전통문화는 낯설다. 같은 소설에 한꺼번에 등장하는 샤오쌍, 샤오마, 샤오웨, 차오쯔라는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다. 세 권 모두 500쪽이 넘는 두꺼운 ‘벽돌 책’이기도 하다. 얇은 책이 인기를 끄는 추세와도 다르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뛰어들어 탐색하려는 독자에게 이들 소설은 대만과 중국의 문학으로 가는 가교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는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서로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격정세계 속 샤오쌍의 말처럼 국경을 넘은 연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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