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모두 재학생 2명 부담
형사상 고소·고발도 모두 불송치
대학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시급 440원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며 학교 안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 소리가 시끄럽다며 청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수백 만원 대 민사소송을 걸었던 연세대 학생들이 결국 1심에서 패소했다.
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연세대 재학생 2명이 김현옥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장과 박승길 전 부분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 비용은 원고인 학생들이 부담한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이모씨 등 3명은 2022년 6월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벌인 집회의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동자들은 같은 시기 연세대 학생회관 인근에 원청사용자인 연세대를 상대로 △시급 440원 인상 △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시간을 쪼개 약 40분가량 피켓팅 시위를 했다. 학생들은 이 집회로 인해 개인 공부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정신적 피해를 봤으니, 수업료 및 정신과 진료비 등의 명목으로 약 638만 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재학생들은 같은 해 5월 형사고소·고발도 진행했다.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미신고 집회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한 것이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혐의없음'으로 같은해 12월 불송치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송치가 이뤄졌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결국 지난해 5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대학생들이 이런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학생들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취업도 힘든 학생들에 비해 거대 산별노조 연맹체(민주노총)를 등에 업은 노동자를 '약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은 소송대리인단을 꾸려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법률 대리를 지원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학생 중 한 명은 2022년 11월 21일 소를 취하했다.
소송대리인단은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은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 없이 오로지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학생들의 면학을 위해 학교의 새벽을 여는 학내 구성원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소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방관한 학교 측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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