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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도입과 업체 간 상생협력

입력
2024.02.06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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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전남 광양의 포스코인터내셔널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어목연석(魚目燕石)이란 물고기의 눈과 중국 연산(燕山)에서 나는 돌을 의미한다. 어목과 연석 모두 옥구슬과 비슷해 보이지만 옥구슬은 아니다. 즉 어목연석은 진짜와 비슷하지만 본질이 완전히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이하 KOGAS)가 천연가스 직수입사들을 비판하는 근거를 보면 어목연석이 생각난다.

난방 및 취사에 사용되는 도시가스의 원료인 천연가스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전력의 30%도 천연가스로 만들어진다. 지역난방 열, 산업용 수소의 대부분도 천연가스로 생산된다. 시내버스도 천연가스로 운행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정부는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1983년 KOGAS를 설립하고 천연가스의 독점적 도입을 보장했다.

그러다 2005년 비로소 KOGAS 외의 천연가스 직도입이 허용되었다. 하지만 22개 직수입사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도입한 물량의 자가소비만 가능하며 판매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특정 기업이, 그것도 공기업이 천연가스 공급망뿐만 아니라 판매까지 독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고 있는 셈이다.

어찌 되었건 KOGAS와 민간기업은 서로 경쟁하면서 때로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며 해법을 찾아내는 톰과 제리의 관계였다. 덩치가 큰 톰은 제리를 공격하지만 제리는 잡아먹히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조금씩 성장해 간다. 마찬가지다. 직수입사들의 국내 천연가스 소비 비중이 2005년 1.5%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22%에 이른다.

직수입사는 동절기에 KOGAS에 천연가스를 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에 그 양이 94만3,000톤이었다. 하지만 현재 KOGAS는 협력보다는 직수입사가 체리피킹을 하고 있다는 공개적 비판에 집중하고 있기에 참으로 안타깝다. 전기사업법에 의해 운영되는 전력도매시장을 살펴보면 그러한 비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체리피킹의 요지는 직수입사가 가격이 높을 때 천연가스를 의도적으로 적게 도입하거나 발전량을 의도적으로 낮춤으로써 KOGAS의 발전용 천연가스 구매 부담을 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발전사는 공공기관인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의무를 가지고 있기에, 아무리 비싸도 발전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항상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직수입 발전사에는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도 있다. 지금까지 직수입사가 천연가스를 의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아 발전을 못 한 적은 없다. 직수입 발전사가 도입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높은 경우,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급전 지시를 못 받아 발전량이 줄어들 때가 있을 뿐이다. 직수입사의 정당한 경제활동을 왜곡하여 흠집내는 것은 곤란하다.

전력도매시장에서 경제급전의 원칙을 채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KOGAS 및 직수입사가 도입한 천연가스 중에서 가격이 낮은 것을 사용하는 발전소를 우선적으로 가동하게 함으로써, KOGAS 및 직수입사가 천연가스를 보다 저렴하게 도입하도록 경쟁을 촉진하며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을 낮춰 전기요금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요컨대, 현행 법령 및 제도하에서 천연가스 직수입사의 체리피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기요금이 몇 배로 뛰었던 유럽의 에너지 대란 속에서도 우리가 전기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KOGAS 및 직수입사의 경쟁 및 협력 덕분이었다. 체리피킹이라는 비판은 어목연석에 불과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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