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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집착 버렸더니 주가 날았다... 메타가 쓴 AI 집중 반전 드라마

입력
2024.02.13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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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밸리 이야기]<11> AI 열풍 타고 부활한 메타

편집자주

내로라하는 기술 대기업이 태동한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거주민 중 흑인 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화려한 이름에 가려진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얼굴을 '찐밸리 이야기'에서 만나 보세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10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바꿨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처럼 구현한 가상 세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시기상조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당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확신에 가득 차 말했다. "이제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1순위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2022년 8월 저커버그는 가상현실 아바타(가상 세계에서 자신을 투영하는 캐릭터)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의 유럽 출시를 발표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 앞에 선 자신의 아바타를 공개했다. 이 아바타는 즉각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너무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조악해서. 눈은 영혼이 없어 보이고, 배경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엉성했다. 포브스는 "메타가 호라이즌 월드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쓴 결과가 이것"이라고 비꼬았다.

페이스북 이후 새로운 미래 전략 실패

메타는 2022년 3분기 44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최대 캐시카우였던 온라인 광고 매출이 애플의 사용자 정보 보호 정책 강화와 틱톡의 부상으로 쪼그라든 것도 문제였지만,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이 40억 달러 가까이 적자를 낸 게 치명상을 입혔다. 본업이 안 풀린 데다 신사업까지 말아먹은 셈이었다. 메타의 주가는 2022년 11월 90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2021년 11월 약 340달러였던 게 1년 만에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결국 11월 9일 메타는 1만1,000명을 잘라내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회사 역사상 최다이자 실리콘밸리를 통틀어서도 큰 규모였다. 그리고 4개월 뒤 1만 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집착이 낳은 비극"이라는 비판이 회사 안팎에서 들끓었다.

그렇게 존재감을 잃어가던 메타가 최근 실리콘밸리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3배나 뛰어올랐던 메타 주가는 올 들어서도 30% 넘게 오른 상태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매출 401억 달러, 순이익 140억 달러) 발표 다음 날이었던 지난 2일 하루에만 전날 대비 20.32% 급등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 경제매체 CNBC의 대표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는 메타 주가를 두고 "아직도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2022년 8월 공개한 자신의 아바타. 뒤편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이 있다. 이 아바타는 공개 직후 '품질이 조악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호라이즌 월드 캡처


백악관 초대 '패싱' 뒤 칼 간 저커버그

메타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온라인 광고 매출이 바닥을 찍고 올라왔고, 대규모 해고를 비롯한 고강도 비용 절감 노력도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메타의 가치를 반등시킨 가장 큰 요인은 사업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었던 메타버스를 후순위로 미루고, 인공지능(AI)을 최우선 삼은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메타가 명시적으로 전략 변화를 공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선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메타가 생성 AI에 사실상 '올인'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지난해 4월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언급엔 90초를 쓴 반면, 'AI' 언급에는 6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AI 인프라 구축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며 수개월 내 생성 AI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사실상 '생성 AI 대전' 참전 선언이었다.

생성 AI 경쟁에선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메타는 AI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2013년 기초 AI 연구소인 FAIR를 설립하면서다.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FAIR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비롯한 업계 사람들은 메타를 AI 분야의 선두주자로 여겨왔다"며 "그러나 정작 저커버그 본인은 FAIR 설립 후 운영에 별로 관여하지 않았고 메타버스에만 푹 빠져 있었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AI 기술과 관련한 보안·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글·MS·오픈AI·앤스로픽 CEO를 백악관에 초청한 일이 있었는데, 저커버그가 여기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직원 수가 200명도 채 되지 않는 앤스로픽이 초대받은 반면 메타는 빠진 것을 보고 메타가 'AI 기술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메타 본사에서 개발자 행사인 '메타 커넥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메타는 AI 챗봇 등 AI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멘로파크=AP 연합뉴스


과감한 투자...메타버스 실패 만회하나

이후 메타는 지난해 7월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2'를 출시하고 오픈AI의 'GPT-4' 등과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메타의 엔지니어는 "경쟁사들보다 제품화 시작은 늦었지만, 10년 전부터 기초 체력을 다져놓은 덕에 빠르게 실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9월에는 '메타표 챗GPT'라 볼 수 있는 챗봇을 내놨고, 말로 주문하면 5초 만에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는 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모델도 발표했다.

벼랑 끝에서 부활한 메타는 내친김에 AI 선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태세다. 최근 저커버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35만 개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최고 성능 AI 반도체로 통하는 H100의 개당 가격은 약 2만5,000~3만 달러로, 공언한 물량을 모두 사들이려면 적게 잡아도 9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크업계에선 저커버그의 과감한 투자가 메타버스 때와는 다른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저커버그가 지금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메타를 AI 강국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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