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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9개 혐의 전부 무죄... 무리한 기소였나

입력
2024.02.0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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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다빈 기자

법원이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당 합병과 부정 회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다른 피고인 13명에게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 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시세 조종 등 조직적 불법이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춰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까지 이뤄졌다며 공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합병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 비율도 주주 손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이긴 해도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나온 이상 애당초 잘못된 전제와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는데도 기소를 강행했다. 이어 3년 5개월간 106회의 공판과 21만 쪽이 넘는 수사기록에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검사 신분으로 지휘 선상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순 없다. 승계 과정의 불법에 대한 증명이 없을 뿐이지 면죄부가 주어진 건 아니다. 이번 사건이 국정농단 사태 당시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말을 뇌물로 건넨 게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드러나며 촉발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경유착까지 무죄가 될 순 없고 항소심 판단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미 국정농단으로 565일 구속됐던 이 회장이 또다시 95회 재판 출석으로 그동안 경영에 매진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회장의 최후 진술대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종 결론을 빨리 내는 게 중요하다. 준법 경영으로 사법 리스크는 아예 원천봉쇄하는 게 기본이나 재판 지연으로 기업인의 발목을 잡는 일도 더 이상 반복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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