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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재협상” vs “소급입법 안돼”… 법정으로 간 미시령터널 손실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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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재협상” vs “소급입법 안돼”… 법정으로 간 미시령터널 손실보전

입력
2024.02.07 14:00
수정
2024.02.07 15:05
0 0

통행량 줄어 4,000억 보상 예상 강원도 재협상 요구
도로운영사 “유로도로법 근거 안돼” 행정소송 맞서
법조계 “판례 없는 공방 결론까진 다소 시간 걸릴 듯”

구불구불한 미시령 옛길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개통한 미시령터널. 연합뉴스

구불구불한 미시령 옛길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개통한 미시령터널. 연합뉴스

강원 인제군과 고성군을 최단거리로 잇는 미시령터널의 손실보전 방식 변경을 놓고 강원도와 도로 운영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통행량 감소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강원도가 재협상을 요구하자 미시령관통도로 측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다.

7일 강원도에 따르면 미시령터널(3.67㎞)는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토성면을 잇는 민자도로다. 승용차 기준 3,400원(편도)을 받는 이 도로는 굽이치는 듯 커브가 심한 미시령 옛길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개통했다. 미시령터널 개통으로 거리는 옛 고갯길에 비해 7㎞, 이동시간은 20분 이상 줄었다.

강원도는 2036년까지 30년간 미시령터널의 연간 통행량이 기준치(735만 7,680대)의 79.8%를 밑돌면 손실금을 지급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 방식으로 미시령동서관통도로와 계약했다. 전체 사업비 2,580억 원 가운데 964억 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혈세로 손실을 보전하는 조항이 강원도 재정의 발목을 잡았다. 강원도는 개통 후 2018년까지 24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전해 줬다. 더구나 지난 2017년 6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통행량이 줄어들자 2019년엔 한 해 손실보전금이 129억 원까지 늘었다. 2036년까지 이어질 경우 강원도가 줘야 할 돈이 적게는 3,500억 원, 많게는 4,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강원도 입장에선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급기야 강원도는 지난해 ‘연속 3년 동안 통행량이 70% 미만일 경우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유료도로법 규정을 근거로 재협상을 요구했다. 사업자의 이윤까지 보장해 주는 현재 방식을 순수 운영비용만 부담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왕표 강원도 도로행정팀장은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정 정도의 비용을 보존해 주는 방식으로 협약을 변경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이어 '실시협약 변경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손실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이유로 들어 2021년치 146억 원을 주지 않았다.

이에 터널을 운영하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강원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강원 인제군에서 고성군을 잇는 미시령터널 톨케이트. 뉴스1

강원 인제군에서 고성군을 잇는 미시령터널 톨케이트. 뉴스1

“2036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실시협약이 있음에도 지난 2019년 효력을 갖게 된 관련법을 근거로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게 미시령관통도로의 주장이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유료도로법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의 판단 전까지 양측의 법정공방은 중단된다.

일각에선 이번 분쟁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란 분석을 내놓는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이 최소 3,500억 원이 넘는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원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섣불리 손실보전금 지급 방식을 바꿨다가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 터라 재협상은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과 지난달 31일 재판이 두 차례 열렸지만 양측은 여전히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이런 분쟁은 아직 판례가 없어 재판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다음 공판은 4월 23일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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