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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차례상 물가비상

입력
2024.02.04 16: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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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명절 차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명절 차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치솟는 신선식품 가격 때문이다. 명절물가 비상에 조상들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작년보다 2만1,000원가량(5.8%) 오른 38만580원(대형마트 기준)이다. 전통시장 기준으로는 28만1,000원으로 작년보다 8.9% 올랐다.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면 전체가 오름세다. 과일과 채소류가 기상이변으로 20% 이상 상승하면서 차례상 물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 가장 많이 오른 건 과일과 채소류다. 한파와 폭설로 수확량이 줄어든 대파는 지난해 1단 기준 3,990원에서 올해 5,990원으로 50% 이상 뛰었다. 배추와 사과(부사)는 각각 44.61%, 38.35%나 뛰어올랐다. 배(신고)는 13.23% 올라 3개당 1만7,970원, 밤은 1되당 23.15% 오른 7,980원이다. 육류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사룟값 인상에 직격탄을 받았다. 대형마트 기준 쇠고기(산적용)가 4만1,400원으로 6.48% 올랐고 돼지고기는 9,480원으로 6.76% 상승했다. 닭고기를 제외한 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높아졌다.

□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약 5만7,000원 싼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시장 37곳과 대형마트 37곳 27개 품목을 조사했더니 전통시장이 29만8,392원(4인가족)으로 대형마트(35만4,966원)보다 5만6,574원(15.9%) 저렴했다. 다만 사과(부사), 배(신고), 두부, 대파, 무 등은 전통시장 가격이 더 높았다.

□ 커진 장바구니 물가에 간소한 명절차림을 선호하면서 설 음식용 냉동간편식 판매도 늘어난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국학진흥원은 차례상에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는 게 오히려 전통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설 차례는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고 인사드리는 의식이다. 이때 음식을 간소하게 올리는 제사라고 해서 차례(茶禮)라 부른다. 일제가 신정(양력 1월 1일)을 강요했음에도 한국인은 구정(설 명절)을 버리지 않았다. 세상과 소통하는 예법은 뭔지, 편의성 중심을 경계할 묘안은 있을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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