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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헌신 잊지 않을 것” 문경 화재 순직 두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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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헌신 잊지 않을 것” 문경 화재 순직 두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24.02.03 13:32
수정
2024.02.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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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광 소방장·고 박수훈 소방교 영결식
유족·지인·동료 소방관 등 참석 '눈물 바다'
고인에게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두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두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다음 생에는 너를 위해 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끝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며 잊지 않을게.”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대 소속 고 김수광(27) 소방장과 고 박수훈(35)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에서 경북도청장으로 엄수됐다. 두 영웅을 실은 운구 차량이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 도착하자 도열한 동료 소방관들이 거수경례로 맞이했다. 영결식은 이내 눈물 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장례식장부터 영결식장까지 내내 고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오열했고,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소방관들의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 소방관과 한 팀에서 근무했던 윤인규 소방사는 영결식 조사에서 “화재 당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소리가 울리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두 반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흐느꼈다. 이어 “반장님이 그러했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라며 “남겨진 가족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떠나간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김 소방장의 20년 지기인 전남 광양소방서 소속 김동현 소방관은 ‘고인께 올리는 글’에서 “소방관이라는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생각난다. 술잔을 기울이며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너의 말이 오늘 더욱더 기억나고 내 마음을 울리게 한다”며 눈물을 떨궜다. 마지막으로 “다음 생에는 희생하며 사는 인생보단 너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너의 행복,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박 소방교의 친구 송현수씨는 “우리 둘이 태권도 사범 생활이 힘들어 매일 밤을 지새우며 서로 끌어안고 목 놓았던 시간을 기억하나. 앞으로 그런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이 없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슬퍼했다. 송씨는 “이 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에게는 잊혀 과거로 남겠지만, 나는 끝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며 잊지 않고 살겠다. 자랑스러운 박수훈을 웃으며 보내겠다”고 말했다.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된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된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두 소방관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두 소방관을 화마 속에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영결사에서 “오늘 우리는 경북도의 두 청춘을 떠나 보낸다. 구해내지 못해 미안하고 이렇게 떠나보낼 수 밖에 없어서 또 미안하다”며 “고귀한 인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 근무 환경을 더욱 살피고 어려운 상황은 확실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소방관은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 즈음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나섰다가 갑자기 번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김 소방장은 5년여 재직 기간 500여 차례 현장에 출동했고, 박 소방교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으로 2년간 400여 차례 인명 구조에 나섰다. 두 소방관은 화장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든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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