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증가에 무연고 사망 급증
장례 치러주는 자치단체 점점 늘어
시·군·구 177곳 공영장례 조례 제정
시행 초기... 보완 필요하단 지적도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김천시 신음동 김천제일병원 장례식장 3호실. 새하얀 국화와 함께 과일 등 음식이 놓인 제단은 여느 빈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유족들과 지인들로 북적거리는 다른 호실들과 달리 유난히 적막했다. 위패에 이름이 적힌 고인은 8일 전 홀로 지내다 숨진 40대 초반 남성이었다. 가족과 오랜 시간 단절돼 장례를 치러 줄 사람조차 없어, 김천시가 대신 차린 빈소였다.
김천시가 5만 원의 소액을 들여 단출하게 차린 빈소였지만, 잠시나마 고인을 추모하고 명복을 비는 시간도 마련됐다. 장례지도사가 먼저 고인의 일생을 간략히 소개하고 김천시가 장례를 치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경희 복지환경국장이 상주로 나서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렸고, 임재춘 사회복지과장과 이재수 대곡동장이 함께 절을 한 뒤 고인의 넋을 달랬다.
김천시는 가족과 오래 단절되거나 연고자가 없어 홀로 지내다 숨지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자, 지난해 11월 시가 빈소를 마련해주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날 장례는 조례 제정 후 처음 가진 공영장례였다. 지금까지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을 때는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화장해 5년간 김천시와 계약한 묘지에 봉안했다. 홍성구 김천시부시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홀로 지내다 세상과 이별하더라도 쓸쓸하지 않도록 공영장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2년 고독사 예방실태 조사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간 국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21년 33.4%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렇듯 홀로 지내다 숨지는 고독사도 2017년 한 해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5년간 40%가량 늘었다.
이처럼 고독사가 늘어 연고가 없거나 연고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공영장례를 도입하는 자치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2007년 전남 신안군을 시작으로 이달 기준 시·군·구 177곳이 조례를 만들었고, 광역단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2018년 처음 시행한 뒤 15곳이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이다 보니 예산에 맞춰 빈소를 차리고 관련 부서 공무원 몇 명이 조문한 뒤 끝내는 등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영장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인 반빈곤센터의 최고운 대표는 “장례의 취지가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장례를 알리는 부고조차 없이 진행하는 자치단체가 많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조문할 수 있도록 미흡한 부분을 점검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