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공모 앞서 ”강릉오벌 쓰자 제안“
정부 접근성 등 문제로 활용 불가 판단
”활용 방안 없어“ 또 장기간 방치 위기
철거가 예정된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을 대신할 경기장 공모에 앞서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 오벌)을 대체 시설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으나 대한체육회 등이 불가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도는 지난해 10월 대한체육회에 ‘태릉 경기장이 철거된 뒤 강릉 오벌(3만7,485㎡·7,600 좌석)에서 국제대회를 치르고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사용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2,000억 원을 들여 새 경기장을 짓기보다 400m 트랙 등 국제 규격을 갖춘 강릉 오벌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시 대한체육회 등은 현역 선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볼 때 강릉 오벌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이 아닌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할 학생 선수들이 2시간 넘게 이동해 훈련하고 귀가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현준태 강원도 관광국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가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접촉해 강릉 오벌 활용방안에 대한 제안을 건넸으나 접근성 문제로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릉을 대신할 실내 스케이트장을 지을 부지를 공모 중이다. 류소산 체육회 시설건립추진단장은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체육회가 다각도로 검토를 해 올림픽 유산인 강릉 오벌의 활용 계획을 별도로 수립하고, 태릉을 대신할 경기장은 새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일 마감을 앞둔 가운데 춘천시와 원주시, 철원군을 비롯한 강원지역 3곳과 경기 양주시, 동두천시 등이 유치 의사를 내비쳤다. 대한체육회는 대체 시설 준공까지 태릉 경기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도가 동계올림픽과 같은 대회를 유치하지 않는 이상, 강릉 오벌에서 빙상 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강릉 오벌은 6년 전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예산 1,260억 원을 들여 지었다. 폐막 후 영화촬영과 박람회 장소로만 가끔 활용되다 지난달 6년 만에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개폐회식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치러졌다. 그러나 2026년 10월 예정된 세계 지능형교통체계(ITS) 강릉 총회 말고는 활용 계획이 없다. ‘짓고 보자’식 사업이 두고두고 지자체 재정에 짐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는 이르면 다음 달 나오는 경기장 활용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다시 협상할 계획이다. 현 국장은 “전문 스포츠시설인 만큼 정부가 맡아 운영할 수 있는지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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