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배워 시대인재·알라딘 해킹
법원, 형사처벌 대신 소년보호 처분
혼자서 코딩을 공부해 유명 인터넷서점과 입시학원 전산망을 해킹해 비트코인과 현금까지 뜯어낸 '10대 천재 해커'가 법원의 선처로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병철)는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17)군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현행법상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 범죄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고, 소년부 판사는 심리를 마친 뒤 적당한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소년의 장래 신상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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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입시학원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 4개 업체를 해킹해 200억 원 규모 콘텐츠의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DRM)을 풀 수 있는 복호화 키를 탈취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전자저작물은 DRM을 통해 암호화돼 있어 결제한 구매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복호화 키를 탈취하면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킹한 업체들에 금품을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박군은 지난해 5월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대화방을 만들고, 탈취한 전자책 중 5,000여 권을 우선 유포한 뒤 "비트코인 100BTC(약 36억 원)를 내놓지 않으면 나머지 책도 유포하겠다"며 알라딘 측을 압박했다. 그는 빼앗은 8,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과 현금을 전자제품을 구매하거나 개인 여가활동에 사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독학으로 코딩을 공부했는데도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갈취 행위를 실행하고 비트코인으로 흔적을 자르는 시도를 어린 학생이 범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박군이 가진 재능을 잘 발휘해 우리가 익히 아는 실리콘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적 호기심 등을 잘 발휘해 인생을 올바른 길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부분을 선택해 주는 것이 박군과 그의 가족,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박군의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박군의 현금수거·자금세탁 역할을 맡았던 박모(31)씨와 정모(26)씨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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