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의 식용유 사용 튀김기서 발화 추정
"진화 중에도 '펑' '펑' 소리와 함께 불길"
거센 불길에 두꺼운 철골도 엿가락처럼
젊은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관계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합동감식이 시작된 가운데 공장 내부에 있던 다량의 튀김용 기름이 피해를 키운 주범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경북경찰청은 경북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노동청 등 전문가 30여 명으로 합동감식반을 구성하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정밀 감식을 실시했다. 감식반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 희생된 구조대원들이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갑자기 확산한 요인 등을 일단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감식반은 타고 남은 기름막의 폭과 길이를 쟀고, 불에 탄 물품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타다 남은 튀김기와 환풍기 부품 등을 수거하거나 채증했다. 전날 실시된 안전진단 결과 추가 붕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감식반은 소수의 인원만 현장에 들어가 교대로 조사했다.
감식반은 목격자 진술과 튀김기 주변이 가장 심하게 탄 점 등을 근거로 공장 3층 튀김기를 발화지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종혁 문경소방서장도 전날 현장 브리핑에서 “발화점은 3층 튀김기로 추정된다”고 했다.
화재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물질로는 튀김기 근처 튀김용 기름이 지목된다. 불이 난 건물의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이지만 두꺼운 철골 콘크리트로 된 지붕과 바닥까지 꺾쇠처럼 꺾여 무너졌는데 이 역시 3층에 엄청난 양의 인화물질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재 당시 이곳엔 4.5톤가량의 튀김용 기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설 명절 대목을 맞아 작업량이 늘어 많은 양의 식용유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목격자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불이 난 공장 바로 옆에 있는 다온푸드 박기찬(신기제2일반산업단지협의회장) 대표는 “설 전에 일감이 많아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 ‘옆 공장에 불났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더니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대피시켰다”며 “119가 도착해 물을 뿌리는 도중에도 3층에서 계속 ‘펑’ ‘펑’ 하는 폭발음과 불길이 치솟았는데, 튀김 기름통이 터지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화재가 난 공장에선 돼지고기 등을 튀겨 돈가스 등을 가공했다. 조업 과정에 고온의 튀김기름을 사용하고, 튀김기 위쪽에는 대형 환풍기가 돌아가는 구조다. 화재 당시 공장 측은 조업을 마치고 기름 온도가 식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2020년 5월에 사용승인(준공검사)이 난 새 건물이다. 최신 설비를 갖추고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해 제대로 가동조차 못했다. 거리두기 완화 이후에는 인력난으로 공장을 제대로 못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영난으로 대출금을 연체하는 바람에 2022년 1월 공장과 토지가 경매에 넘어갔다. 1차 경매는 유찰돼 13일 2차 경매를 앞두고 있었다. 게다가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감식반은 이런 과정에서 화재대비 등에 소홀했을 가능성도 살펴볼 방침이다. 최진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구체적으로 화재가 어디에서 발생했고, 왜 났는지 주안점을 두고 감식했다”며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웠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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