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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더 무서운 ‘뇌전증’…약물 치료하면 70% 정도 일상생활 가능

입력
2024.02.04 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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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뇌전증, 유전 질환 아니고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발생

뇌전증은 치매‧뇌졸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뇌 신경계 질환으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 질환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전증은 치매‧뇌졸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뇌 신경계 질환으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 질환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은 국제뇌전증협회(IBE)가 정한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뇌전증은 그동안 편견이 담긴 병명인 ‘간질(癎疾)’ ‘전간증(癲癎症)’ 등으로 불리다가 2014년 뇌전증(腦電症‧epilepsy)으로 바뀌었다. 심심찮게 ‘뗑깡부리다’라는 말도 일본의 예전 뇌전증 질병 명칭인 ‘뗑깡(癲癎)’에서 유래됐다.

뇌전증은 뇌 속 신경세포가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뇌파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경세포에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면서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발작이 생기는 게 주증상이다. 1년에 15만 명 정도의 환자가 찾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9세 미만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들어 성인기에는 발생률이 낮았다가 60세가 넘어 다시 증가한다.

흔히 ‘뇌전증=선천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치매‧뇌졸중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뇌 신경계 질환으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 질환이 아니다”며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고 했다.

‘뇌전증 발작’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뇌전증 발병 원인은 △유전 △분만 전후 뇌 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속 기생충 등이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다.

뇌전증 발작은 크게 뇌 전체에서 시작되는 ‘전신 발작’과 뇌의 일정한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으로 나뉜다.

발작이라고 하면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며 입에 거품이 고이는 대(大)발작을 주로 떠올리지만 실제 성인에게서는 국소 발작이 더 흔하다.

국소 발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나고 한쪽 얼굴만 실룩거리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와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발작에는 △정신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면서 눈동자와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전신 강직간 대발작’ △아무런 경고나 전조 증상 없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 발작’ △갑자기 전격적 또는 순간적으로 전신이나 팔다리, 몸통 일부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근간 대발작’ 등이 있다.

임희진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환자 10명 중 7명 정도는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寬解)된다”며 “따라서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최소 2~5년 이상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뇌전증 발작이 특별한 유발 원인 없이 2회 이상 나타나면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70% 정도는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나머지 30% 정도 환자는 약물 치료로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며,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건 아니다.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부위가 있고, 또 수술 후 증상 개선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수술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밖에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뇌자극술(RNS) △케톤 생성 식이요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 현상으로 발생하기에 이를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되고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뇌전증 환자의 생활 수칙]

1.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먹는다. 약 복용 시간을 놓쳤다면 곧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

2.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한다. 불규칙한 수면ㆍ수면 부족은 경련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3. 금주한다.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4. 심한 스트레스는 경련 발작을 유발하므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한다.

5. 수영ㆍ등산ㆍ과격한 운동 등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피한다.

6. 경련 발작이 반복되면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1년 이상 발작이 없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운전 여부를 정한다.

7. 환자는 임신하려면 복용 약물 조정을 위해 담당 의사와 상의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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