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정원박람회 행사 5일, 원상복구는 6개월
시민 "금호강 안전, 문제없는데 왜 철거"
대구시도 "보존 희망", 북구 "원상복구가 원칙"
예산 낭비 시비 없애려면 장소 옮겨야할 판

대구 금호꽃섬이 지난해 정원박람회 원상복구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준호 기자
대구시가 지난해 15억 원의 예산으로 금호강 금호꽃섬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후 행사 시설들을 모두 원상복구 하고 있어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도 이 박람회를 추진할 계획인 대구시는 기존에 조성된 정원과 편의시설 등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입장이지만 국가하천인 금호강의 임시점용 허가 권한을 위임받은 대구 북구가 이를 불허하면서 대구시는 해마다 정원을 조성했다 원상복구하는 예산낭비를 되풀이할 전망이다.
14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13~17일 금호꽃섬에서 '파워풀 대구, 정원과 함께 하는 미래도시'라는 주제로 '2023 대구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이 박람회는 △테마가 있는 정원전시 △트렌드가 있는 정원산업전 △힐링이 있는 정원페스티벌 프로그램을 통해 5일간 33만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원작가와 학생, 시민, 가족, 기업 등이 만든 59개의 박람회 전시정원은 인근 코스모스 꽃단지, 국화전시회와 어울려 시민들의 사진명소로 인기를 누렸다. 시는 박람회가 끝난 후에도 다음달인 지난해 11월12일까지 국화작품 4,400여 점을 전시했다.
시는 어렵사리 조성한 정원박람회를 2024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기로 하고 정원과 편의시설 등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었으나 행사 개최 당시 '임시점용 허가'를 받은 터라 박람회 장소를 모두 원상복구하는 중이다.
현재 정원박람회 시설의 40%를 철거했고, 3~4월 중에 나머지 60%를 원상복구할 방침이다. 올해도 정원박람회를 여는 대구시는 원상복구 후 4~5개월이 지난 9월쯤이면 다시 금호꽃섬에 '2024 대구정원박람회'를 위한 조경공사에 나서게 된다.
이에따라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정원박람회가 개최되는 5일을 위해 몇 달씩 새로 조성하고, 또 철거하는 것은 예산낭비 요소가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북구에 사는 이유미(54)씨는 "유채꽃과 코스모스로 유명한 금호꽃섬에서 정원박람회가 열려 잘 감상했는데, 얼마되지 않아 심은 나무와 시설을 철거하고 있어 의아했다"며 "하중도로 통하는 금호꽃섬은 홍수나 가뭄의 영향을 크게 받지도 않고, 박람회때 조성한 정원도 훌륭한 볼거리인데 행사 며칠 후 철거하니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대구 정원박람회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9월 굴착기가 대구 북구 노곡동 금호꽃섬에서 보행로를 다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구시도 이런 여론을 감안해 박람회 정원을 보존하자고 주장했으나 북구는 국가하천에는 임시점용만 허용될 뿐 영구점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석 북구 건설과장은 "친수시설인 국가하천의 하중도에는 옛날부터 있었던 자연적인 나무나 시설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행사성 시설은 지속적으로 방치할 수 없다"며 "시민을 위한 이 시설이 자연재해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광역지자체가 국토교통부에 영구시설물로 건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도 금호꽃섬에서 정원박람회를 열 계획이지만 해마다 조성과 원상복구를 반복할 수는 없어 장소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홍만표 대구시 산림녹지과장은 "정원박람회때 선보인 수목들은 모두 해당 기관이나 기업 등에 분양하고 있지만 원상복구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며 "영구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만약 힘들면 정원을 보존할 수 있도록 박람회 장소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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