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진료량보다 품질·필요성 중시 수가체계로
혼합금지 금지로 불필요한 비급여 억제
복지부 "필수의료 정책 안정적 뒷받침"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 대가) 체계를 진료량(量)이 아닌 의료의 질(質) 중심으로 개편한다.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비급여·급여 혼합진료를 제한하고,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실손보험에도 메스를 댄다. 이달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추진할 '건강보험 대수술'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5년 단위 종합계획은 올해가 두 번째다. 복지부는 조만간 국회에 종합계획을 보고한 뒤 1차연도인 올해 시행계획을 수립해 정책을 구체화하게 된다.
의료 건수 아닌 정당한 보상 위한 지불제도
복지부는 종합계획 추진 방향으로 △지불제도 개혁 △지원체계 개선 △보험 재정 효율적 관리 △의료 혁신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그동안 주력했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이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지역의료 공백, 필수의료 기피 등을 불렀다는 판단에서다.
수가는 행위별로 일괄 인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진료량이 많을수록 병원 수익에 유리해 '3분 진료' '과잉 진료' 폐단을 초래하는 현행 양적 보상 체계를 의료의 질을 중시하는 보상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꼭 필요한 의료를 튼튼히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수가를 조정해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의료 난이도 및 시급성, 의료진 숙련도, 당직·대기시간, 지역 격차 등 현재 행위별 수가 산정 시 제대로 감안되지 않는 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확대한다. 아울러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기존 보상 구조와 다른 '대안적 지불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 대안적 지불제도는 의료 행위 건수를 따지기보다 진료의 질 및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의료기관의 손실을 차등 보상하는 것이다. 지난해 시작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 보상 시범사업, 올해 추진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과잉 진료 막고, 병원 적게 가면 보험료 10% 바우처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때 지적한 혼합진료는 재차 금지 방침을 명확히 했다. 혼합진료는 비싸거나 크게 필요치 않은 비급여 진료를 급여 진료에 끼워 파는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로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가 대표적 사례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지불 능력과 의료기관의 수익 보전 욕구가 맞물린 현상인데 비급여 및 급여 지출을 동시에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복지부는 재평가를 통해 불요불급한 비급여 진료 항목을 퇴출하는 등 비급여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비급여 진료가 혼합진료 금지 대상은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한정할 것"이라며 "어떤 진료를 제한할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한 사회적 논의 이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과잉진료 억제 차원에서 연간 의료기관 이용이 현저히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전년도에 납부한 보험료의 10%를 바우처 형태로 되돌려준다. 바우처 연간 한도를 12만 원으로 설정한 복지부는 지원 대상과 연간 소요 재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유튜버 등 일시소득이 많은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에 대한 소득 보험료 부과 방식도 검토할 계획이다.
의료서비스 지원체계 개선을 위해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이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급성기 환자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확대한다.
시범사업 통해 효과 검증, 이후 법제화 순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정부가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면 수립이 완료되지만 수가 체계 개선, 혼합진료 금지 등 대부분의 세부 사항은 사회적 합의는 물론 건정심 심의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성과를 바탕으로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보완형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 확대, 지난해 말 허용 범위를 넓힌 비대면 진료도 이 같은 단계적 추진을 염두에 두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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