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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독재’ 프레임

입력
2024.02.01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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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4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독재 청산론’을 공식 제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운동권’을 청산 대상으로 꼽은 것에 대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운동권 청산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고 맞받은 것이다. 정치구호는 현실 문제를 최대한 간명하고 인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려다 보니 과장과 왜곡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검찰독재’는 지나친 억지 프레임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표현이 야권에서 만연하고 있다. 특히 1979년 12ㆍ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된 이래 현 정권의 정체성을 과거 전두환 정권과 등치시키는 레토릭이 난무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육사 사조직에 기초한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한군국’을 만들었고, (지금은) 일부 정치 검찰 라인이 ‘대한검국’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뇌물수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은 ‘윤석열 검찰독재권력’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맞섰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라고 해 논란을 불렀다. 진보당에선 ‘군부독재가 가더니 검찰독재가 왔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민주당에선 당내에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이런 기류에 편승해 ‘검찰독재’를 공식화한 셈이다.

▦ 하지만 선거를 통해 집권한 현 정부와, 총격전에 쿠데타를 거쳐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과 등치시키는 건 언어도단이다. 또 검찰과 검찰 출신이 득세한 게 맞다 해도, 독재정치라는 것 또한 뜬금없다. 당장 민주당이 ‘이태원법’부터 ‘양곡관리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야당 발의 법안을 과반의석의 힘으로 일방처리하고, 정부가 되레 쩔쩔매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러니, ‘검찰독재’ 운운이 ‘투쟁의 추억’에 젖은 운동권의 시대착오 아니냐는 냉소를 사는 것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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