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의무 복무 아닌 계약 기반 근무가 차이
복지부 "신속히 구체화해 추진 계획"
사회적 논의, 재원 마련 등 과제도 산적
정부가 안정적인 지역 의료인 확보를 위해 '지역필수의사제'를 꺼내 들었다. 야권에서 입법에 나선 '지역의사제'가 법으로 의무 복무를 규정하는 것과 달리 지역필수의사제는 자율적인 계약에 기반해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제도다. 의사 단체들의 반발 등을 감안해 정부가 우회로를 택한 셈인데 충분한 의대 정원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마련이 제도 실행의 관건으로 꼽힌다.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지역의료 강화 방안의 하나로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시했다. 의사들의 지역 정주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첫 대책이다.
복지부는 지역필수의사제 시행 방안으로 △학생, 대학, 지자체가 3자 계약을 통해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비용, 교수 채용 기회 등을 제공하는 '지역의료리더 육성제' △의사에게 충분한 수입 및 정주 여건을 보장하는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를 예시했다. 지원을 받는 학생이나 의사는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게 조건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전문가 자문기구로 신설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 시행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역필수의사제는 야당이 추진하는 지역의사제와 취지는 비슷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은 학비를 지원하는 지역의사 전형을 대학 입시에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선발된 학생은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중증·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지역의사제는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다음 달부터 시작된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 집단행동에 막혀 무산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이동권을 침해한다며 여전히 지역의사제에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의대 증원에 나서면서도 지역의사제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이날 지역필수의사제를 전격적으로 내놓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사전설명회에서 "지역의사제 같은 제도는 해외에서도 과도하게 권리를 제약한다는 윤리적 이슈가 있었다"며 "지역필수의사제는 계약기간 등 선택지를 충분히 제시하고 그런 선택지를 본인의 의사로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필수의사제가 순항할지는 복지부가 조만간 발표할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서 일차적으로 가늠될 전망이다. 지방 의대에 충분히 증원이 이뤄져야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 인력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장학금 지급, 의사 수입 보장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의대생이나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 있어 사회적 논의도 요구된다.
야권이 집중하고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과는 결이 다른 대책이라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지역의료에 복무할 의사를 책임 있게 양성할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역의사양성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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