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 위협, 가축 피해 등 이어져
유기견이 야생화…버려지는 개 줄여야
지난달 22일 부산시민공원에 들개 한 마리가 나타나 어슬렁거리자 관할 구청인 부산진구는 황급히 주민들에게 '안전문자'를 보내 주의를 당부했다.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들개는 이미 행적을 감춰버렸다. 황갈색 털과 입 부분이 검은색인 중형견으로 지난해 말부터 공원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 개는 지난달 3일 20대 남성의 얼굴을 물어, 이 남성은 50바늘 이상을 꿰매기도 했다. 이후 한 시민에 의해 붙잡혀 동물보호단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내 한복판에 들개가 출몰한다는 소문에 시민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부산에서 들개 출몰은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3년 동안 부산에서 들개 등 유기견을 포획한 건수는 2021년 298마리에서 2022년 331마리, 지난해 377마리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부산 사하구에서만 100마리가 잡혔다. 강서구, 기장군, 서구, 북구, 금정구 등지에서도 30~40마리 이상이 포획됐다. 사하구 관계자는 “들개 포획에만 별도 예산 1,500만 원을 마련해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민간업체가 출동하고 있다”면서 “들개들은 눈치가 빠르고 인기척만 있어도 재빨리 사라져 포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들개는 일정한 서식지가 없고, 산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정확한 개체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도 들개로 인한 가축 피해 건수가 2020년 21건, 2021년 22건, 2023년 3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에 한 주민이 산책하다가 들개에게 다리를 물려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들개 피해가 늘자 지자체들도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남 태안군은 들개로 인한 가축 피해와 주민 안전 위협 사례가 늘자 지난달부터 ‘들개 전문 포획단’을 구성했다. 지난해 태안군 농가에서 염소 10여 마리와 닭 100여 마리가 들개 피해를 봤다. 인천 강화도에서 지난해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를 통해 포획한 들개는 155마리에 이른다. 포획 예산으로 애초 1,900만 원을 편성했다가 추경에서 5,000만 원을 추가했다.
포획 같은 사후대책이 아닌 버려지는 개들을 줄이는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신영 부산시 동물복지지원단장은 “들개는 대부분 유기견이 1~2세대를 거치면서 야생성을 갖게 된다"며 “유기 동물이 발생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 들개로 발견될 경우 주인을 찾아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동물 학대를 막고 유실 또는 유기를 예방하기 위해 2014년부터 동물 등록을 의무화해 미등록일 경우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2022년 517만8,000마리의 의무등록 대상 반려견 중 등록된 반려견은 276만6,000마리(농림축산식품부)로 등록률은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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