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자들, 1954년 화석연료 재단에 제안서
재단 지원하던 산업계 전달됐을 가능성 커
1970년대 후반 '엑슨 기록'보다 20여 년 앞서
화석연료 산업계가 70년 전부터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 기존에 발견된 문건 기록보다 20년이나 앞선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비영리 환경 단체 ‘기후조사센터’의 레베카 존 연구원은 이날 기후위기 전문언론 ‘디스모그’에 이 같은 정황을 담은 문건 내용을 게재했다.
해당 문건은 1954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이 미국 화석연료 산업계가 후원하는 ‘대기오염재단’에 보낸 연구 제안서다. 당시 연구진은 석탄·석유 연소의 탄소 배출 효과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제안서를 통해서는 새롭게 미국 서부 지역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자 재단에 연구비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연구진은 제안서에서 자신들의 과거 연구 결과를 3쪽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탄·석유 연소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일으킨다"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기후와 관련해 인류 문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1954년 12월 제안을 승인, 연구비 1만3,814달러를 지급했다. 현재 기준 15만8,000달러(약 2억1,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화석연료 산업, 수십 년간 기후위기 부정"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산업계가 이미 1950년대부터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던 증거라고 이 문건을 평가했다. 당시 미국석유협회(API)나 자동차 업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이 이 재단을 후원했기 때문이다. 그간 문건으로 확인된 기록 중에서는 1970년대 후반 석유 기업 엑손모빌이 내부적으로 수행한 기후위기 관련 연구가 가장 오래됐다.
미국 마이애미대 기후 허위정보 전문가인 제프리 수프란은 가디언에 “이 문건은 화석연료 업계가 적어도 1954년부터 지구 기후에 관한 경고를 받았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석유 산업은 이후에도 수십 년간 기후 과학을 부정했다"고 평가했다.
재단 지원을 받은 연구에 미국 기후과학자 찰스 킬링이 연구원으로 참여했다는 점 역시 의혹을 더한다. 킬링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한 학자다. 대기오염재단이 킬링의 초기 연구를 지원한 것인 만큼, 기후과학에 대한 정보도 상당수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캐럴 머펫 국제환경법센터 소장은 “업계는 단지 짧은 공지를 받은 게 아니라 자사 제품이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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