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 '시위 물결'
"EU의 농가 규제·시장 개방 과도"
과세 등 각국 농업 정책에도 불만
유럽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농가를 홀대하는 듯한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이미 시작된 농민 시위는 이제 벨기에나 스페인 등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회원 20만 명이 소속된 스페인 최대 농민협회 '아사자' 등 다수의 농민 조직은 "2월 스페인 전역에서 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페드로 바라토 아사자 회장은 "최대한 빨리 농민들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에선 이날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은 31일 오후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인 제브뤼헤항 진입로 5곳을 막고 농업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29일부터 농민들이 수도 파리로 향하는 도로를 점거하는 방식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농민들의 분노는 EU의 농업 규제 정책으로 향해 있다. EU는 환경보호를 위해 특정 종류의 살충제 사용을 금지·제한하고자 하는데, 이는 농작물 생산을 까다롭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을 훼손한다는 게 농가의 주장이다. EU 보조금 신청 시 전체 농경지 4%를 휴경지로 남기도록 하는 규정도 과도하다고 본다.
EU의 시장 개방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유럽 시장을 개방했다. 게다가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는 물론, 칠레 케냐 멕시코 인도 등과도 무역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선 정부 정책이 농민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프랑스는 비(非)도로용 경유 면세 제도 폐지가, 독일의 경우엔 농업용 차량 보조금 정책 폐지가 각각 시위를 촉발했다. 양국 정부가 해당 정책을 철회하며 농민 달래기에 나섰으나, 한번 폭발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U도 성난 농심(農心)을 누그러뜨리려 정책 변경을 꾀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2월 1일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에서 '휴경지 의무화' 등 농가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