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맡아 대기업에 첫 시정명령
환경처·농림수산부 장관 역임… 향년 88세
공정거래법 기틀을 닦고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하며 대기업을 상대로 첫 시정명령을 내린 조경식 전 환경처·농림수산부 장관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6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대 사대부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부흥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국방부, 농림수산부, 교통부 등을 두루 거쳤다.
부흥부가 경제기획원으로 이름이 바뀐 뒤 초대 중동국장을 맡아 1970년대 '중동 붐'을 뒷받침하고 경제협력국장, 예산총괄국장, 예산실장 등 요직을 담당했다.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경제분과 간사였던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공정거래법 제정을 제안한 것도 고인이다.
1983년부터는 3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3년 8개월간 일했다. 취임 직후 대형 건설사의 가격 후려치기 등 하도급 비리 실태를 조사한 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첫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가전 3사 가격 인상 담합 조사 후 시정명령을 내리고 신문에 사과문을 싣게 하는 등 잇따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드러내면서 '재벌 잡는 공정위원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해운항만청장과 교통부 차관 등을 지낸 뒤 1990년 1월 초대 환경처 장관에, 같은 해 9월부터는 42대 농림수산부 장관에 올랐다. 당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 참여해 쌀 시장 개방 불가 방침을 지키고 섬유 시장 양보를 관철하기도 했다. 공직에서 물러나서는 한국해양대 총장, 한국해양연구소 이사장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는 산청 덕천서원 원장으로 재임했다.
유족은 부인 박선자씨와 자녀 성원 희선 태원씨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실, 발인은 31일 오전 7시 10분.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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