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퇴촌면·남종면 팔당호 주변 마을 가보니
한때 50명 달하던 어부, 세월 흘러 1명만 활동
붕어 없어 50년 전통 붕어찜 마을도 쇠락의 길
광주시 "원주민 한해 어업권 규제 개선 필요"
“제가 죽으면 팔당호 어부의 명맥은 끊기게 됩니다. 제 삶의 흔적이 사라질 것 같아 아쉽죠.”
지난달 27일 탁 트인 남한강 쪽 팔당호를 끼고 있는 45번 국도를 따라 내달려 다다른 경기 광주시 퇴촌면 오리. 이곳에서 만난 안호명(86)씨는 팔당호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일 물고기를 잡는 어부다. 그가 아들 내외와 함께 운영하는 붕어요리 식당의 상호는 ‘팔당호 마지막 어부’다. 그는 “1970년대 팔당댐이 들어서면서 어업허가를 받는 어부가 50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7명 남았다”며 “그나마 다들 늙어, 매일 어업활동을 하는 어부는 나 혼자”라고 말했다.
이들은 1973년 팔당댐이 만들어지면서 졸지에 삶의 터전인 농지가 물에 잠기자 광주시로부터 내수면어업권을 받아 어업을 생업으로 삼아왔다. 팔당호에 수몰된 퇴촌면 오리와 남종면 분원리 마을의 가장과 청년들은 이렇게 떠밀리듯 고깃배를 타고 그물을 던지게 됐다.
안씨는 요즘도 매일 아침 8시면 팔당호로 나간다. 배를 몰고 한겨울에는 두께가 20㎝나 되는 얼음을 깨면서 길이 100m가 넘는 그물을 물속으로 집어넣어 물고기를 잡는다. 안씨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손님이 많아 하루에 60~70마리는 잡아 식당에 대줬는데, 지금은 수요가 줄어 20마리만 잡는다”며 “이제는 힘에 부쳐 언제까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상수원 수질보존 특별대책지역으로 묶인 팔당호는 내수면어업법에 따라, 어업권 양도·양수·승계, 신규 허가가 일체 금지돼 있다. 안씨마저 손을 놓으면 사실상 팔당호 어부의 활동은 명맥이 끊기게 되는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제외돼 어업권을 사고파는 게 가능해 20명이 넘는 어부들이 활동 중인 인근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 어촌계와 비교하면 규제가 심한 편이다.
안씨 식당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남종면 분원리의 붕어찜 마을도 찾아가 봤다. 이곳에서 파는 붕어찜은 한때 광주시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었다. 어부들이 갓 잡아 올린 참붕어에 시래기와 각종 양념을 얹은 붕어찜은 청정 수질에서 잡아 붕어 특유의 흙냄새도 나지 않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났다. 이곳 마을에선 1998년부터 17년간 매년 5월 ‘분원 붕어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2010년 초까지만 해도 붕어찜 전문 식당이 40곳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찾아간 붕어찜 마을은 쇠락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고객들의 발길은 뜸했고, 붕어찜 전문 식당도 10여 곳에 불과했다. 대를 이어 60년째 붕어요리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호(72)씨는 “십수 년 전만 해도 매일 관광버스 3, 4대가 줄지어 와 단체로 붕어찜을 먹고 갈 정도로 식당마다 북새통을 이뤘다”며 “지금은 손님이 줄어 상당수는 가게를 접고 타지로 갔다”고 이곳 사정을 들려줬다. 일부 식당에는 '상가 임대'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고, 팔당호 전망이 보이는 입지의 식당들은 아예 카페로 바뀌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장어나 갈비, 한식집 등 메뉴를 바꾼 식당도 적지 않았다.
붕어찜 마을이 활력을 잃게 된 건 어부들의 급감과 무관치 않다. 어부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식당들의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붕어요리 식당 주인 김영선(71)씨는 “팔당호에는 이제 어부가 없어 양평 남한강 어부들한테 붕어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들과 어부들은 “국가 정책에 따라 생계를 잃고 살아온 사람들로, 어업권 규제를 풀어 다시 팔당호 붕어찜 마을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축제도 다시 열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주선종 광주시 축산정책팀장은 “팔당호 수질보전이라는 범위 내에서 어업을 생계로 삼는 원주민과 전통의 붕어찜 마을에 대한 다양한 지원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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