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펜타닐 유동 차단' 첫 실무 회의 개최
미 "중, 단속 책임"... 중 "성의 소중히 여기길"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유통 차단을 위한 첫 번째 실무 회의(워킹그룹)를 30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합의 사항이 '이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워킹그룹 가동의 의미를 두고 양측 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미국 백악관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젠 대스컬 백악관 국토안보부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한 미국 측 실무그룹 대표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미중 관리들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유통에 대한 두 나라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펜타닐 퇴치'를 위한 협력은 △군사채널 복원 △인공지능(AI) 규제 협력과 더불어, 작년 11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3대 합의 사항 중 하나다. 미국에선 18~49세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복용'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에 펜타닐을 불법 유통시키는 주체는 멕시코 마약 조직이지만, 이들에게 원료를 제공하는 건 중국 화학 기업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당부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펜타닐 원료 생산 기업 추적에 동의했다.
이번 워킹그룹 가동은 미중 갈등이 여전한 국면에서도 정상 간 합의의 후속 조치가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양국 시선은 벌써부터 엇갈린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스스로 나쁜 행위자를 식별하고,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며 "회의의 가장 큰 목적도 (중국의) 독립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사실상의 펜타닐 원료 생산 기지인 만큼, 중국 정부에 펜타닐 생산 단속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은 미국 요청을 수용한 '성의'를 강조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은 중국의 선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펜타닐은 중국 내에선 문제가 되고 있지 않으나, 미국의 위기 해소를 돕고 중미 관계의 큰 틀에서 성의와 노력을 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미국은 한때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 기업을 제재했다"며 "양국 간 협력 분위기를 훼손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세계는 미중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 사항인 펜타닐 문제에 협력했으니, 미국 역시 제재·압박 이완 등의 상응 조치를 취하라는 게 속내인 셈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펜타닐 문제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중국 공안부 산하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후 법의학연구소를 무역 규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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