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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타인 책임도 커"... 두 살 방치해 숨지게 한 '경계선 지능' 엄마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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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친부·타인 책임도 커"... 두 살 방치해 숨지게 한 '경계선 지능' 엄마 감형

입력
2024.0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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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살인' 15년 → 2심 '치사' 11년형
자녀 살해의 미필적 고의 인정 안 돼
법원 "엄마만의 책임으로 볼 수 없어"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두 살배기 아들을 62시간 동안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가 2심에서 감형(징역 15년→11년)을 받았다. 이 엄마가 경계선 지능(비장애인과 지적장애인 지능의 중간)을 가진 데다가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1심과 달리 살인의 미필적 고의(행위로 인하여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내심 그 결과를 용인하는 것)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 이의영)는 아동학대범죄처벌법(아동학대살해)과 아동복지법(상습아동유기·방임)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24일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15년이었다. 1심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가정불화로 남편이 집을 나간 뒤 2022년 1월부터 인천에서 홀로 아들을 길렀다. 그해 11월 남자친구가 생긴 A씨는 이후 1년간 60회에 걸쳐 아들을 홀로 둔 채 외박하는 등 사실상 방치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말, 2세 아들은 62시간 동안 홀로 방치됐다가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사망했다.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후 20개월 피해자를 장시간 홀로 방치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A씨가) 인식했다"고 봤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A씨가 학교폭력 피해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남편을 만나 21세에 출산하는 등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쳤고, 장기간 '싱글맘'으로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항소심은 지적 능력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는 경계선 지능으로 성장 과정에서 부모에게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해 사회적 판단력에 대한 지식이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사단계에서 살인의 고의를 묻는 질문에 A씨가 일부 수긍한 것에 대해선 "슬픔과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는 A씨가 아이의 사망 가능성까지 인식해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경계선 장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있지만, 법적으로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해 비장애인으로 분류된다.

A씨가 아들 생전에 양육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고려됐다. A씨는 피해자 사망 이틀 전 '보육원'이나 '주 5일 아이 맡기는 곳' 등을 수차례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집 근처 어린이집이 3세부터 가능하다고 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서라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A씨가 자신의 모친 등에게 조력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원심을 파기하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 징역 11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으로 A씨 잘못이 매우 크지만 동등한 양육 의무가 있던 친부나, A씨의 친모 등 다른 가족들의 무관심과 회피도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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