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주식거래앱 소비자경보 '주의'
"기관 계좌로 공모주 많이 배정" 사기
지난해 9월 A씨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500부 한정 선착순 무료 증정한다는 글을 보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갔다. 거기서 소개한 단체 채팅방에선 증권사 고문이라는 사람이 투자 동향을 족집게처럼 집어주며 특정 증권사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공모주를 청약하라고 권유했다. 700만 원을 투자한 A씨는 "예상보다 추가로 배정됐다"는 증권사 고문의 말에 1,000만 원을 더 집어넣었다. 두 달 뒤 A씨가 조바심에 출금을 요청하자 갑자기 단체 채팅방에서 강제 퇴장당했다. 연락도 모두 두절됐다. 해당 증권사 앱 또한 가짜였다.
A씨 사례처럼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의 금융투자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 일당은 주로 재테크 강의나 주식 시황, 추천주 정보 제공 등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했다. 특히 기관 계좌를 이용하면 공모주 청약 시 더 많은 주식을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말로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했다.
피해자 B씨도 이 말에 속았는데, 한 증권사 사장을 사칭한 사람이 초대한 텔레그램 방에서 공모주를 더 저렴하게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추천 주식거래 앱을 설치했고, 실제로 앱 화면상에서는 큰 수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가짜 화면이었고, 투자금 인출을 요구하자 채팅방에서 차단당했고 앱도 먹통이 됐다.
공모주 대량 입고 등을 이유로 추가 납입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 C씨는 네이버 밴드에서 외국 증권사 주식거래 앱 설치를 권유받고 1,000만 원을 공모주 청약에 투자했다. 이후 기대 이상의 공모주가 배정되자 추가로 9,000만 원을 입금했고, 수익률이 3,300%에 달하자 출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수수료 10%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3억 원을 추가로 납입해야 했다. 다시 출금을 요청했지만 해당 직원은 "검찰이 주가조작으로 조사를 시작해 보유금액의 10%를 금융위원회에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이에 속은 C씨는 3억 원을 추가로 더 넣었다. 일당은 이후 잠적해 연락이 두절됐다.
금감원은 기관투자자가 개인투자자를 대신해 공모주를 배정받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기관 계좌로 공모주를 저렴하게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측은 "유명인을 내세우며 무료로 재테크 책 등을 제공하는 광고에 현혹되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사설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는 업체와는 어떤 금융거래도 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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