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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1심 무죄…국민 법감정 수긍할까

입력
2024.01.2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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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7년, 검찰 기소로부터는 4년 11개월 만에 무려 290차례 재판 끝에 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이대로라면 사법부 신뢰를 크게 흔든 초유의 사태는 아무런 ‘단죄’ 없이 끝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7년이 구형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47개에 달하는 혐의 중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핵심 쟁점은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였다. 검찰은 사법부 수뇌부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에 박근혜 정부 협조를 얻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등 재판에 부당 개입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관은 다른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어 남용이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고수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하급자들과 공모한 것 또한 인정되지 않았다. 파견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모두 배척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 법 감정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인 만큼 최종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민걸∙이규진 두 전직 법관 1심 재판부의 경우 2심에서 뒤집히긴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를 인정해 직권남용 유죄를 선고하는 등 법리적 다툼의 여지는 없지 않다. 검찰은 수사권 남용이란 지적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상급심에서 더 치열한 다툼을 해야 하고, 법원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른 엄정한 판결로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씻어내야 한다. 만약 재판에 개입해도 처벌은 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사법시스템이라면 그 치명적 구멍을 메우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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