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내주 베트남 방문
'핫라인 구축' 등 해양 경비 MOU 체결 예정
필리핀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해양 주권 보호를 위해 손을 맞잡는다. 군사력을 앞세워 10년 넘게 위협을 가해 온 중국을 직접 겨냥한 조치여서 ‘뜨거운 바다’ 남중국해의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마르코스, 29일 MOU 체결할 듯
2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먼드 발릴로 필리핀 해안경비대(PCG) 대변인은 전날 필리핀이 베트남과 해안경비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오는 29, 30일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방문하는데 이 기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MOU 초안을 입수한 필리핀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는 “양국이 해상에서 상호 이익을 증진하고 분쟁 지역에서 국제 협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밖에 △양국 경비대 사이 핫라인 구축 △해양 환경 보호 △양국 어민 수색·구조 작전 등도 포함된다.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응우옌민부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PCG 본부를 찾았다고 현지 매체 레플러는 설명했다.
이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의 남중국해 해양 패권 야욕을 견제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남중국해에 알파벳 유(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2015년 전후로 스프래틀리 제도와 파라셀 제도의 섬, 암초, 모래톱에 활주로, 격납고, 미사일기지, 레이더 등을 설치하며 노골적으로 군사기지화했다.
지난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이 이를 무시하고 영유권을 계속 고집하면서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공식 체결 시 중국 반발 커질 듯
특히 필리핀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해경선이 남중국해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필리핀 더스타는 26일 미국 해양전문가 레이먼드 파웰 스탠퍼드대 국가안보혁신센터 남중국해 프로젝트 책임자를 인용, “중국이 필리핀 물품 보급선을 막기 위해 남중국해에 50대의 선박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필리핀처럼 직접 해상에서 부딪히지 않지만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줄곧 설전을 벌여왔다. 베트남 내에서는 남해구단선이 그려진 외국 영화나 드라마 개봉이 허용되지 않는 등 민감한 이슈로 여겨진다. 그간 중국의 남중국해 몽니에 각개전투로 대응해 왔지만 보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해양 경비 강화 움직임에 중국 측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양국 수장들이 협력을 공식화할 경우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는 “양국이 중국의 분노를 무릅쓰고 계약 체결에 나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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