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졸전 거듭되자 비난 이어져
특정 선수 향한 무분별한 '악플' 폭주
25일 치러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날 경기 직후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각각 87위, 130위인 요르단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자 축구 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해당 선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에 페널티킥을 내준 설영우의 SNS에는 "겉멋이 들었다", "은퇴하라"는 등 1,600여 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20일 요르단전에 이어 전날 말레이전에도 출전한 조규성 SNS에도 악성 댓글이 폭주했다. 조규성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것을 문제 삼아 "예능 나갈 시간에 축구 연습이나 해라", "헤어밴드 신경 쓰느라 축구에 집중을 못하는데 머리 좀 잘라라"는 식으로 경기력과 무관한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
도 넘은 악성 댓글 공격이 계속되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전날 경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대회 전부터 꼭 드리고 싶었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어 "많은 팬이 온라인과 SNS에서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며 "모든 선수는 가족, 친구, 동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경기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은 (팬들을)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분들과 축구 팬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비난 여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운동선수를 향한 과도한 악플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가나와 경기에서 패배하자 선수들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 연인들의 SNS에 악플이 이어졌다. 일부 선수들은 댓글 창을 막기도 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지성도 2021년 6월 유상철 전 감독 조문과 관련해 악플을 단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손연재는 자신에게 악플을 단 누리꾼들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욕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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