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신오쿠보역 현장 23주기 추도식
이씨 모친, 윤덕민 주일대사 등 참석
"한국과 일본이 더욱 이해를 깊게 하고 조금만 더 배려하면 수현이의 소원인 한일 우호의 길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미래는 밝습니다."
23년 전 철로로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안타깝게 숨진 고 이수현(당시 26세) 의인의 어머니 신윤찬(74)씨의 말이다. 26일 고 이수현씨 23주기를 맞아 사고 현장인 일본 도쿄 JR 신오쿠보역에선 추도식이 열렸다. 신씨와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이씨의 이름을 딴 LSH아시아장학회 관계자 등이 모여 추모 동판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하며 이씨의 뜻을 기렸다.
신씨는 이날 "수현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일본 외무성 산하 단체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청년들을 만나고 왔다"며 "수현이가 남긴 '한일 우호의 꿈'이란 나무의 씨앗이 잘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 흐름에 대해 "정치는 잘 모른다"면서도 "수현이 아빠가 생전에 항상 '우리 대에서 이 (한일 간의) 악연을 풀고 갈 수는 없나' 얘기했는데 (양국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수현씨의 부친 이성대씨는 아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한일 우호 활동을 펼치다 지난 2019년 별세했다.
추도 행사에 이어 신오쿠보역 인근 공연장에서는 추도문화제도 열렸다. 윤덕민 주일대사는 권자영 영사가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한일 양국 관계가 늘 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수현 정신을 잇고자 하는 열의는 계속됐다"며 "주일대사로서 고인의 뜻을 받들어 한일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이씨는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보고 뛰어내렸다. 현장에 있던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도 취객을 구하고자 함께 내려갔다. 하지만 열차가 너무 빨리 접근하면서 3명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일본 사회에 충격과 감동을 준 사건 이후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돼 매년 일본 학교에 재학 중인 각국 유학생 1,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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