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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로 숨 쉬는 것 같은’ 호흡곤란 겪는 COPD 환자 벌써 300만 명인데…

입력
2024.01.28 18: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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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건국대병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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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2) 환자가 ‘빨대로 숨 쉬는 것’ 같은 숨이 차서 필자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줄담배를 피우는 애연가인데다 젊을 때 폐결핵을 앓아 1년 6개월 정도 약을 먹었지만 가래가 자주 끓었다. 최근 동반자들과 등산하다가 자꾸 뒤쳐지자 이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것이다. 폐 기능 검사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었다.

COPD는 장기간에 걸쳐 폐·기관지에 생긴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염증으로 기침·가래가 생기고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할 수 없고 점점 악화하기에 아주 무서운 병이다. 흡연에 의한 기도·폐 손상이 주원인이기에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선 금연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흡연 외에도 결핵·기관지확장증·어린 시절 폐렴 등 폐 감염이 있거나, 유해가스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거나, 폐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거나, 천식을 오래 조절하지 못했거나, 대기오염에 오래 노출되는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몸 속 2개의 폐가 온전히 기능할 때를 100%라고 가정할 때 폐 기능이 50%라면 폐가 1개만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빨리 걷거나 등산할 때처럼 오르막을 오를 때 숨이 차 동년배보다 뒤처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태가 돼서야 환자들이 대부분 병원을 찾게 된다. 이처럼 폐가 50% 정도만 기능하면 숨이 찬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COPD는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연간 32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0년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에 올랐고, 2050년에는 대기오염 등으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고령화·공해·감염병 확산 등 환경적 요인으로 환자가 계속 늘고 있고 입원 환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 40세 이상에서 300만 명 정도(13.3%·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앓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 남성은 48.5%가 이에 노출되면서 질병 사망률 6~7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COPD를 인지하는 환자는 2.8%에 불과해 실제로는 전 세계 사망률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COPD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이지만 심혈관 질환·암·감염병 등 동반 질환에 의해 더 쉽게 목숨을 잃는다. COPD 환자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등으로 갑자기 기침·가래·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심해져 외래나 응급실을 찾게 된다(급성 악화). 환자는 이 같은 급성 악화를 1년에 2회 정도 경험하는데, 급성 악화가 생기면 폐 기능은 급속히 저하되고 증상도 심해져 급성 악화도 더 자주 겪으면서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플루엔자(독감)·폐렴·대상포진·코로나19감염증 등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환의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COPD는 아주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병이다. 따라서 40세가 넘었는데 담배를 피우거나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등 COPD에 걸릴 위험이 높으면 조기 발견해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침·가래·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폐 기능 검사(본인 부담금 1만~2만 원 정도)를 받길 권한다.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건국대병원장)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과 교수(건국대병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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