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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법정물·로맨스물 주인공, 비장애인만 하란 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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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법정물·로맨스물 주인공, 비장애인만 하란 법 있나요

입력
2024.01.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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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반짝이는 워터멜론'·'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쏠린 시선
장애 인식 개선에 도움 주는 드라마들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남자 주인공 진우는 청각장애인이다. 정우성이 진우를 연기했다.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남자 주인공 진우는 청각장애인이다. 정우성이 진우를 연기했다. 스튜디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제공

장애인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드라마가 꾸준히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2022년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최근 '사랑한다고 말해줘' 또한 막을 내렸다. 이 작품들 속 장애인은 마냥 불행하지 않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영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바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박은빈이 영우를 연기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도 청각장애를 가진 캐릭터들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 은결(려운)은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청인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남자 주인공 진우 또한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원인 모를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인물이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낯설게 느끼면서도 호평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마지막 회가 17.5% 시청률을 보이며 신드롬급 인기를 증명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첫 화 시청률이 3.1%였지만 최종화에서는 4.5%를 기록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뜨거운 화제성을 누리진 못했으나 탄탄한 애청자 층을 형성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비장애인들이 잘 모르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가르쳐주며 시청자들이 이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중이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랑한다고 말해줘'와 관련해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안타까운 현실이 나오더라"면서 "제가 장애 아동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커뮤니티를 찾은 '반짝이는 워터멜론' 시청자는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고 밝히며 "이 드라마를 보셨다면 장애인을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애 인식 개선의 출발점

장애인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본지에 장애인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드라마의 꾸준한 제작, 공개가 장애 인식 개선에 도움울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드라마를 본 시청자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 속의 어려움에 대해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장애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를 언급하며 "우영우가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장애의 기질과 특성은 어떤 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두고 찾아보는 시청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장애에 대해 찾아보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꾸준히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혹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들어봤다는 것만으로도 장애 인식 개선의 작은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되짚었다.

시청자가 현실의 영우 진우를 위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노력은 '장애에 대한 관심 갖기'다. 이 사회복지사는 "관심을 갖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약 265만 명의 장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일상에서 장애인 분들과 마주하거나 직접적인 소통을 나누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중 하나가 장애가 상관없는 관심 밖의 일이라고 여겨 주변에서 뵐 수 있는 장애인들을 자신도 모르게 시선 밖에 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장애인에게 관심을 두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달라진 사회, 드라마에 미친 영향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성숙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가치 있는 드라마들이 등장하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과 13년 전에 인연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만드는 것과 관련해 용기가 없었던 시대였다. '3부쯤에 남자 주인공 말문을 트이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아직은 이 드라마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수영되기 힘들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이에 대중의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졌고 자막의 사용에 친숙한 미디어 환경이 생성됐다고 했다. "진우라는 사람이 수어로 얘기할 때 나오는 자막에 대해 사람들이 거부감이 없는 시대이다 보니 좀 가볍게 다가갈 수 있었던 듯하다"는 게 정우성의 설명이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가 꾸준히 안방극장을 찾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의 다양한 면모에 대한 요구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소외된 분들을 주요 서사 안에서 다루려는 흐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세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이 우리 일상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담는 서사가 최근 많이 나오는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로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모습도 많이 나타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물론 (장애를 다루는 드라마가) 과도기인 상황에서 현재의 작품들이 주는 의미나 가치 또한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작품 속 행복한 장애인…전문가 의견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영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바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박은빈이 영우를 연기했다.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영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바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박은빈이 영우를 연기했다. ENA 제공

최근의 많은 드라마 속 장애인들은 마냥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멜로 주인공이 돼 이성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기도, 변호사로 활약하며 억울한 이들을 돕기도 한다. '반짝이는 워터멜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은결 아버지의 소개란에는 "농인은 수어의 언어를 사용하는 특별한 소수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정말 선택받은 소수의 민족처럼 당당하게 행동한다"는 글이 적혀 있다. 그가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이야기 또한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장애인이 능력 있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은 대중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식개선센터 정규태 센터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본지에 "장애인을 일상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존재로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도 자신의 장애를 수용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모금을 위해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너무 강조한 듯한 콘텐츠들이 많아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크게 심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정치인, 법률가, 예술인, 체육인들 중에 장애를 편견 없이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간 장애인이 등장하는 몇몇 드라마들은 극적인 성격에 집중해 이들의 진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중 하나였다. 정 센터장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언급하며 "자폐장애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 그럼에도 우영우는 좋은 기억력을 갖고 있는 것과 더불어 의사소통까지 (잘) 됐는데 무리한 설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자폐장애인들도 사회 활동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을 배워간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작품이 이후에도 탄생하길 바라는 이유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주요 인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제작진과 관계자들의 노력 속에서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아름답게 변하는 중이다. 드라마 속 장애인들이 사랑받으며 살아가듯, 이제는 현실의 영우 진우도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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