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 대담 형식으로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해진 건 아니다"라며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왜 방송 대담이냐'는 의문과 지적이 적지 않다. 정제된 질문과 대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밝히려는 의도로 보이나, ‘언론 패싱’과 ‘불통’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대통령실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방송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송사로는 KBS 등 공영 언론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방송 대담 가능성이 급부상한 건 결국 '리스크 방지'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가령, 지난해 연말부터 대통령실이 준비했던 신년 기자회견의 경우 김 여사에 대한 의혹과 입장을 묻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게 일부 참모들의 생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야 하는 게 언론 아니겠느냐"며 "1순위가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것일 테고 그러다 보면 자칫 과거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때처럼 격앙된 상황이 연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자체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취지다.
기자회견의 대안으로 한때 기자들과의 ‘김치찌개 회동’ 방안이 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기자들과 김치찌개 식사를 여러 번 약속했고 지난 1일 신년사 발표 뒤에도 기자실을 찾아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해의 국정운영 기조를 국민과 언론 앞에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급부상한 게 방송 대담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기자회견처럼 특정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질문과 진행 방식에 대해 사전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9년 5월 KBS와 대담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 방송사와 대담 형식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있었을 뿐 어떤 방안도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방송 대담으로 선회할 경우 '일방적 정권 홍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식 기자회견이나 다양한 언론 매체의 비판적 질문에 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대담으로 바꿀 때도 ‘정권 친화적 매체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신년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대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듭되는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대담은 윤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대담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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