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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온천, 150년 사케… 느긋하고 고급스럽게 일본을 즐길 수 있는 곳

입력
2024.01.30 17:00
수정
2024.01.30 17: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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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한 료칸으로 떠나는 사가현 여행

일본 사가현의 고급 료칸 가니고텐 노천온천에서 바라본 아리아케해가 고즈넉하다.

일본 사가현의 고급 료칸 가니고텐 노천온천에서 바라본 아리아케해가 고즈넉하다.

'일본 여행을 갔는데 온통 한국어만 들리더라.'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696만 명)가 전년 대비 587%나 껑충 뛰었다. 자연스레 한국인 관광객으로 혼잡하지 않은, 소도시가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규슈 지방의 사가현은 그런 수요에 딱 맞는다. 인구 80만 명인 사가는 양옆의 후쿠오카현, 나가사키현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온천과 고즈넉한 일본의 정취를 여유롭게 즐기기에 충분하다. 북으로는 현해탄, 남으로는 아리아케해에 인접해 싱싱한 제철 해산물 먹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 지원으로 주요 숙소들이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끝내, 현대적 시설에서 온천과 가이세키(일본의 전통 연회용 코스요리) 등 일본 전통 료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후루유 온천마을 초입에 위치한 온크리는 리조트 형식의 현대식 객실에 전통적 료칸의 느낌을 더한 숙소다. 온천탕으로 향하는 길(왼쪽)과 탕 내부 모습.

후루유 온천마을 초입에 위치한 온크리는 리조트 형식의 현대식 객실에 전통적 료칸의 느낌을 더한 숙소다. 온천탕으로 향하는 길(왼쪽)과 탕 내부 모습.


팬데믹 기간에 일본 사가현의 고급 료칸들이 객실을 재정비하고 명상실, 건식 사우나 등 다채로운 시설로 새 단장을 마쳤다.

팬데믹 기간에 일본 사가현의 고급 료칸들이 객실을 재정비하고 명상실, 건식 사우나 등 다채로운 시설로 새 단장을 마쳤다.


천년 역사의 온천 마을들, 느긋한 여행의 시작

사가현 동쪽에는 후루유 온천마을이 유명하다. '오래된 탕'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 역사가 깊다. 약 2,100년 전 중국 진시황의 명령을 받아 불로장수의 약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이곳 온천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마을 대표 호텔은 초입에 위치한 '온크리'다. 이곳 온천수는 보통 40도를 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37~38도)라는 점이 특징이다. 장시간 이용해도 무리가 없어 '치유 온천'이란 별칭을 얻었다. 표고 200m 산자락에 자리해, 산바람 속에 삼나무숲 냄새를 맡으며 노천탕에 오랜 시간 몸을 담그면 일상에서 쌓인 모든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다케오 온천은 1915년 세운 온천 입구의 주홍빛 누문으로도 유명하다. 도쿄역과 조선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의 작품이다.

다케오 온천은 1915년 세운 온천 입구의 주홍빛 누문으로도 유명하다. 도쿄역과 조선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의 작품이다.

비교적 한국인에게 익숙한 온천지는 다케오와 우레시노다. 최근 1, 2년 사이 새로 단장한 이 지역 고급 료칸들은 1,300년 넘는 온천 역사에 세련미를 더했다. '우라리 다케오'는 인피니티 스파와 건·습식 사우나를 완비해 다채로운 온천 경험을 선사한다.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나가사키와의 경계선에 위치한 다라초 마을의 '가니고텐'도 있다.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이곳 루프톱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아리아케해는 명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이들 료칸이 석식으로 선보이는 가이세키 요리로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사가현의 쌀로 갓 지은 밥과 사가규(소고기), 다케자키 게찜 등을 맛볼 수 있다.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 요리로 일본 전통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료칸에서 제공하는 가이세키 요리로 일본 전통의 맛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인 가라쓰 요부코 오징어 회는 사가현과 후쿠오카현 정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단맛이 일품인 가라쓰 요부코 오징어 회는 사가현과 후쿠오카현 정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두부·사케… 맑은 물 풍부한 먹거리들

료칸에서 푹 쉬었다면 배를 채울 차례다. 향토요리 중 하나로 온천수로 만든 두부가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퍼지지 않는 특유의 질감에 담백함과 고소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오기 양갱, 우레시노 녹차, 요부코 오징어 회, 가라쓰 김 등은 일본 내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는 먹거리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오징어 회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후쿠오카까지밖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놓치지 않기를 추천한다.

사가현의 대표 양조장 중 하나인 덴잔주조는 덴잔(천산) 아래에서 150년 넘게 술을 빚고 있다.

사가현의 대표 양조장 중 하나인 덴잔주조는 덴잔(천산) 아래에서 150년 넘게 술을 빚고 있다.


양조장 마을로 가시마도 유명하다. 가시마 히젠하마역 플랫폼과 바로 연결된 하마바에서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지역의 사케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지역 양조장들은 3월 23, 24일 이틀간 모든 시설을 개방하고 '신슈(햇술)'를 소개하는 양조장 투어 행사를 연다.

양조장 마을로 가시마도 유명하다. 가시마 히젠하마역 플랫폼과 바로 연결된 하마바에서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지역의 사케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지역 양조장들은 3월 23, 24일 이틀간 모든 시설을 개방하고 '신슈(햇술)'를 소개하는 양조장 투어 행사를 연다.

맑은 물로 빚은 사케도 사가의 명물이다. 사가의 명산인 덴잔(천산) 아래에서 15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덴잔주조'는 전시실로 정비한 옛 양조장을 개방한다. 사케 만드는 과정을 보고 나면 '시치다'와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WC)' 등 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상한 술을 시음할 수 있다. 한국에도 수출하는 술이다. 덴잔주조 관계자는 "인근 강에서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며 사케 맛의 비결을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꼽았다. 양조장이 위치한 오기 지역의 지하수는 철분이 없고 칼슘, 마그네슘, 미네랄이 풍부해 물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우레시노 차 명가들은 야외에서 차밭을 바라보며 지역의 명차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레시노 차 명가들은 야외에서 차밭을 바라보며 지역의 명차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고야성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침략전쟁으로 소개하면서 한일 교류에 방점을 찍은 내용을 전시하고 있어 한국인도 찾아볼 만하다. 1층 로비에 한일 교류 상징으로 장승이 세워져 있다.

나고야성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침략전쟁으로 소개하면서 한일 교류에 방점을 찍은 내용을 전시하고 있어 한국인도 찾아볼 만하다. 1층 로비에 한일 교류 상징으로 장승이 세워져 있다.


한반도와 고작 200㎞…역사도 가까운 사가

사가는 한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여행지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직선거리로 200㎞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이라서다. 나고야성터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연결된다. 나고야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로지 '조선 정벌'을 목적으로 400여 년 전 설립한 성이다. 이제는 성터만 남은 곳에 박물관이 자리 잡았는데 '한일교류센터'를 자처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쓰루 신지 나고야성박물관 학예사는 “박물관 건립 당시부터 침략이 목적이었던 나고야성의 역사를 잘 알리고자 했다"며 전시 내용을 설명했다. 선사시대 한반도와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요시노가리 역사공원, 조선인 도공들이 융성시킨 이마리와 아리타 마을 등도 둘러볼 만하다.

나고야성박물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당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황금다실'이 복원, 전시돼 있다.

나고야성박물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당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황금다실'이 복원, 전시돼 있다.

1월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사가국제공항까지 직항 항공편(티웨이항공)이 매일 1회 운행하고 있다. 또 인근 후쿠오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JR열차나 버스로 사가현의 중심인 사가시까지 1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2013년 4월 문을 연 사가현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이 된 곳이다. 방문객이 연간 80만 명이 넘는 지역 명소다.

2013년 4월 문을 연 사가현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이 된 곳이다. 방문객이 연간 80만 명이 넘는 지역 명소다.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일본의 3대 송림 중 하나인 ‘니지노마쓰바라’를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17세기 초 방풍림으로 조성한 길이 약 4.5㎞의 소나무 숲으로, 숲속으로 드라이브하며 감상할 수도 있다.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일본의 3대 송림 중 하나인 ‘니지노마쓰바라’를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17세기 초 방풍림으로 조성한 길이 약 4.5㎞의 소나무 숲으로, 숲속으로 드라이브하며 감상할 수도 있다.


사가=글·사진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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