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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도 공동정범이다

입력
2024.01.24 17:00
수정
2024.01.24 17: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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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 방치해 온 與
'윤-한 갈등' 사실상 자초한 셈
권력 흐름 살피며 생존만 고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연합뉴스

집권 2년도 안 된 정권 초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정면충돌은 매우 낯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드러난 '윤-한 갈등' 얘기다. 윤 대통령이 4월 총선을 위해 국민에게 한마디 설명 없이 '윤 정부 황태자'인 현직 법무부 장관을 사실상 여당 대표 자리에 앉힌 게 지난달 26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물러나라고 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충돌 배경에는 영부인 리스크가 있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여권 인사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눈앞의 공천을 생각하면 용산(대통령실) 심기를 거스르는 주장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을 통해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된 배경이다.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한 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동조하며 역린을 건드렸고, 대통령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그제 조우해 신뢰를 확인했다지만,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갈등은 남아 있는 셈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다. 김건희 리스크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 여사는 대선 전 2021년 12월 기자회견에서 허위 경력에 대한 사과와 함께 "내조에만 전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섰고 해외 순방 중 명품 쇼핑 논란, 팬카페를 통한 대외비 유출 논란 등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여론은 영부인을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주장했다. 용산은 '무리한 인신 공격'이라며 무시로 일관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용산 쉴드(방어)'에 앞장섰다.

영부인 문제가 총선 변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작년 4월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때부터 예견됐다. 국민의힘은 용산과 거대 야당의 입장 차를 조율해 영부인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60% 이상인데도 대통령의 법안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을 만능 치트키로 사용했다. 윤 대통령이 조만간 이태원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부 출범 2년 만에 9번째다.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았던 노태우 정부(7회)를 넘어섰다. 국회 구성원인 여당 의원들이 국회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행정부 수반에만 매달리는데, 대통령이 국회와 여당을 어떻게 바라보겠나.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당무 개입 현장에 동석한 사실도 황당하다. 윤 대통령의 당정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는 여당 의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요란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과 달리, 정작 여당 의원들은 권력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 지켜보느라 조용하다. 이번 갈등의 최종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어느 쪽의 공천 영향력이 셀지 가늠할 수 있다. 승부가 나기 전에 한쪽 편을 들었다가는 나중에 화를 당하기 십상이란 얘기다. 지난 주말 친윤 이용 의원이 의원 단체채팅방에 한 위원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과 기사를 올렸지만, 의원들의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친윤이 주도한 집단행동으로 윤 대통령과 갈등한 이준석 전 대표 등을 몰아낼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여당 의원들이 이번 갈등을 보며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결국은 권력 흐름을 살피면서 자신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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