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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와인하고만 어울린다고요? 커피·막걸리와도 궁합 잘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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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와인하고만 어울린다고요? 커피·막걸리와도 궁합 잘 맞아요"

입력
2024.02.02 11: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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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마이 라이프' 낸 '치즈플로' 대표 조장현
직접 만든 자연치즈·살루미로 요리
"치즈 시장 성장...대부분 첨가물 넣은 가공치즈"
"생명 연장하는 발효...세상에 이로운 영향 주고파"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 한쪽에 마련된 치즈 공방에서 치즈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 한쪽에 마련된 치즈 공방에서 치즈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자의 의미가 있고 서로 다른 개성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조화는 부분의 합을 뛰어넘죠."

홈술 트렌드로 치즈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시장은 커졌지만 와인과의 조합 외에 치즈를 즐기는 방법은 여전히 낯설다. 직접 만든 치즈와 살루미(이탈리아식 가공육)로 요리하는 셰프인 조장현(57) '치즈플로' 대표는 "치즈는 맥주나 막걸리, 심지어 커피, 차와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샐러리맨에서 셰프로, 다시 '아르티장(artisan·장인) 푸드'(수작업으로 소량 만든 음식)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는 "수많은 치즈 페어링이 있지만 자기만의 조합을 발견하는 재미와 기쁨이 있다"고 강조했다.

"향긋한 꽃향기의 밀맥주와 부드럽고 섬세한 부라타 치즈를 매칭해 보고 그 느낌을 적어 가며 최적의 조합을 발견해 가는 거죠. 와인이나 맥주 페어링처럼 커피도 연한 커피는 부드러운 치즈와, 다크 로스트 커피는 강한 치즈와 어울립니다."

변하지 않는 음식 본질 찾아 치즈·살루미에 뛰어들어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에서 자신의 책 '치즈 마이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에서 자신의 책 '치즈 마이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 대표가 2016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 치즈플로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치즈 공방이다. 레스토랑 한편에서 페타, 부라타, 브리 등 10여 가지 자연 치즈를 만들어 판다. 한국 치즈 시장의 성장은 조 대표처럼 치즈를 공부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는 치즈 사랑에 빠진 자신의 삶을 돌아본 책 '치즈 마이 라이프'를 최근 써냈다.

치즈플로에서 만난 조 대표는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음식의 가치와 본질을 책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중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요리사로 인생 노선을 틀었다. 조직에 기대기보다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05년엔 수비드 공법의 돼지고기 요리를 선보인 '키친플로'를, 2010년엔 가스트로펍(영국 펍 문화에 미식 요소를 가미) '쉐플로'를 열었다. 인기는 끌었지만 유행에 따라 부침이 심한 외식업의 현실은 생각보다 혹독했다. 시간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은 요리를 고민하던 그의 눈에 치즈와 살루미가 들어왔다.

책에는 한국에서 치즈와 살루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과 고민의 기록이 담겼다. 당장 원유 수급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조 대표에 따르면 목장에서 우유를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집유업 허가를 받아 낙농진흥회나 목장과 계약을 맺고 구매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목장에서 살균 처리돼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대기업의 대량 생산 가공치즈나 개별 목장 단위의 치즈 정도다. 그는 "수제 맥주 시장처럼 의미 있는 산업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식 치즈로 세계 치즈 대회서 입상 목표"

치즈플로의 '부라타치즈샐러드'와 '얼린 염소치즈와 배' 메뉴. 치즈는 모두 조장현 셰프가 직접 만들었다. 윤서영 인턴기자

치즈플로의 '부라타치즈샐러드'와 '얼린 염소치즈와 배' 메뉴. 치즈는 모두 조장현 셰프가 직접 만들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 대표는 치즈 공방 운영 9년 차에 들어서면서 치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 시장은 가공치즈에 치우쳐 있다. 식품 첨가물을 넣어 재가공한 가공치즈에 비해 경제성이 낮은 자연치즈 비중은 27%(2021년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불과하다. 조 대표는 "제대로 만드는 데 희열을 느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며 "서양 아르티장만큼 치즈를 잘 만드는 게 우선의 목표"라고 말했다.

"발효와 숙성이 유기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이로운 역할을 하고 사라지듯 세상에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이로운 영향을 미치고 사라지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치즈 대회에서 한국적 특성을 가미한 치즈로 입상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 한쪽에 마련된 치즈 공방에서 치즈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조장현 셰프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치즈플로 한쪽에 마련된 치즈 공방에서 치즈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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