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 1인당 700만 원 배상 확정
피해자 인과관계 증명 부담 처음 완화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개연성'만 입증해도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한층 완화한 판결로 평가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인근 마을주민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지난해 12월 28일 확정했다.
황모씨 등 19명은 2017년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A사의 충남 금산군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기침과 가래, 수면장애, 두통 등의 진환을 앓아 건강을 해쳤다는 이유였다.
쟁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해당 시설과 오염 피해 발생 사이 인과관계 인정 요건이었다. 기존 판례에선 유해물질이 배출돼 피해자에게 도달했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각각 증명돼야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시행된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해 이번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1심은 회사가 1인당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원고 측 손을 들어주며 위자료 액수를 700만 원으로 늘렸다. 대법원은 "유출된 불산이 기체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됐다가 지표면으로 낙하해 원고 등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서 "사고와 원고 등의 피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 사건에서 피해자의 인과관계 증명 부담을 완화한 첫 판결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여러 간접사실로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봐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피해를 뒷받침할 간접사실로는 시설의 가동과정과 설비, 투입·배출된 물질의 종류 및 농도, 기상 조건, 피해 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자의 양상 등을 꼽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