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아 대통령 "자금 조달 없이는 나라 잃을 것"
정부 지출 10억 달러 줄여… 의회엔 증세 요청
국민투표 뒤집고 '석유 광구 폐쇄' 번복도 검토
에콰도르 정부가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촉발했던 '갱단과의 전쟁'과 관련해 장기전 채비에 나섰다. 재정 지출을 대폭 삭감했고, 서방에는 지원을 요청했다. 악명 높은 마약조직 두목의 탈옥 사건 후 전국으로 번진 폭력 사태의 근원을 제거하지 않으면 국가 자체가 전복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재정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장관을 이번 주 중 미국 정부 기관, 다자기구 등으로 파견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재정적으로 목이 졸리지 않도록 미국과 유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띠도 바짝 졸라매기로 했다. 일단 정부 지출을 10억 달러(약 1조3,330억 원)가량 삭감할 방침이다. 반면 범죄 대응 예산은 증액한다. 이를 위해 지난주 의회에 '부가가치세 3%포인트 인상(12%→15%)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연간 13억 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무기와 장비, 교도소 시스템 개선 등에 쓰려는 게 정부 구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환경오염 문제로 '8월 폐쇄'를 앞두고 있는 아마존 인근 석유 광구를 당분간 계속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영 석유기업이 운영하는 이 광구는 하루 생산량이 5만5,000배럴에 달하는데, 석유 증산을 통해 '갱단과의 전쟁'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폐쇄 결정은 국민투표로 결정된 일인데도, 이를 뒤집을 태세다.
최근 에콰도르 정부는 부채 상환과 해외 차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대로는 나라 곳곳에서 활개 치는 범죄 조직들의 테러에 대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 7일 마약 갱단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하자,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경찰과 군인 3,000명 이상을 검거 작전에 투입했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현재 무법천지다. 범죄 조직들은 도심 곳곳에서 방화, 총격 등을 벌이고 있다. 9일 TV 생방송 현장에 괴한이 난입해 총격을 가하고,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폭발 사건도 일어났다. 급기야 17일엔 폭력 사태 배후를 수사하던 현직 검사가 피살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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